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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도 이렇게나 달라요. 2부 - 출생 순서의 두번째 변수 - 부모의 양육 방식
  • 기사등록 2025-03-07 08: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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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유예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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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첫째 때는 부엌 바닥에 떨어진 건 절대 안 먹이고 그릇도 다 소독하고 유기농으로 먹이려고 했다. 그런데 둘째부터는 그렇게까지는 안 하게 되더라.” “첫째 때는 우리 아이가 천재인 줄 알았지만 둘째를 키우면서는 (그런 생각을) 덜 했다.” 부모들이 둘째보다 첫째를 더 사랑해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마 아닐 것이다. 첫째를 키우는 부부는 부모가 처음이라 허둥지둥 했을 것이고 둘째를 키울 때는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다. 아이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지능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위와 같이 부모의 양육 방식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일으켜 자녀 간의 출생 순서가 아이의 성향과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출생 순서 효과이다.

 

지난 1부 기사에서는 출생 순서의 첫 번째 변수인 가족 구성원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2부 기사에서는 두 번째 변수인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 출생 순서의 두 번째 변수: 부모의 양육 방식



1) 부모의 출생 순서

<나는 왜 나인가? - 출생 순서에 숨겨진 인간 심리>의 저자 케빈 리먼은 부모들이 종종 자신과 출생 순서가 같은 자녀를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편애하는 자녀가 발생하기 쉬우며 이는 편애하는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들은 자신의 출생 순서를 인지하고 어떤 자녀와 자신의 출생 순서가 동일한지 확인한 뒤 자신이 어떻게 해당 자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단계를 거치면 자신의 출생 순서가 자녀들을 향한 양육 태도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다.

 

2) 부모의 가치관과 엄격함

앞서 말한 편애와 달리 출생 순서가 동일한 자녀에게 자신을 대입시키는 부모들은 엄격하게 보일 수도 있다. 케빈 리먼 박사는 부모가 모두 첫째인 경우, 엄격함의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남과 장녀로 태어난 부부는 첫째의 어리광을 받아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엄격한 기준에 첫째 자녀를 맞추려 하기 쉽다. 그러면서도 첫째가 동생들을 잘 돌보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리먼 박사의 의견이다. 이러한 엄격함이 출생 순서 이론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저자는 두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예시 1 - 장녀와 장남으로 태어난 부부가 딸을 셋 낳는다면 첫째는 아무리 노력해도 엄격하고 비판적인 부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뛰어난 성과를 가져오는 다른 가정의 일반적인 첫째들과 달리 부모의 완벽함을 부숴버리려는 자녀로 자라기 쉽다. 둘째는 세 딸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첫째 딸이 부모의 엄격함을 대부분 받아내기 때문에 둘째 딸에게는 큰 영향이 가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막내는 일반적으로 막내가 갖는 성향과 달리 애교스럽고 꾀바르게 자라지 않을 것이다. 장남과 장녀로 자란 부모가 막내의 꾀에 속아 넘어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시 2 – 11살 딸과 9살 아들이 있는 가정이 있다면 아버지가 딸을, 어머니가 아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출생 순서 효과에 영향을 준다. 성별이 다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가족 내에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리먼 박사가 말했다. 어머니가 딸을 편애한다면 아들은 장남의 성향이 짙어져 방어적으로 자라기 쉬우나 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며 기른다면 아들은 애교 있고 다정한 막내로 자라기 쉽다. 한편, 아버지가 딸에게 엄격하게 대할수록 장녀의 성향이 옅어져 아들의 장남 성향이 짙어질 확률이 올라간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장녀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딸로 자라기 쉬우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애정과 인정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한다.

 

3) 복합 가족

2024년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서 밝힌 2023년 이혼건수는 9만 2천 건으로 2022년보다 0.9% 감소했으며 1천 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은 1.8건이었다. 연령별 이혼율에서 남성은 40대 후반 여성은 40대 초반이 가장 높았다. 또한 전체 혼인건수에서 부부가 모두 초혼인 경우는 77.3%였으며 부부 모두 재혼인 경우는 12.2%를 차지했다. 해당 통계는 새엄마(의붓엄마)나 새아빠(의붓 아빠) 아래에서 자라는 자녀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먼 박사는 미국의 경우 재혼가정의 60%가 다시 이혼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녀들의 연령대가 비슷한 복합 가정일수록 자녀 간의 심리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과 곧바로 친해지기를 바라지 말라고 충고했다. 아이들의 성격이 형성되기 전인 5세 이전에 부부가 결합된다면 아이들이 아직 성격 형성 단계에 있으므로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에 결합된 가정은 어려울 것이다.

 

출생 순서 효과 이론은 첫째들은 무조건 이렇고 외동과 막내들은 항상 저렇다는 식의 편견을 재생산하려는 이론이 아니다. 다만 어떤 사람의 특성이나 사고방식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추측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는 이론이다. 리먼 박사는 출생 순서 법칙이 실험이나 공식으로 답이 나오는 자연과학 법칙이 아니며 출생 시기나 성별과 같은 여러 변수들로 인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론이며 완벽한 수학적 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40여 년간 수천 쌍의 커플과 그들의 자녀들을 상담하며 리먼 박사는 출생 순서 법칙이 큰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3부 기사에서는 출생 순서에서 첫째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고문헌

1) 케빈 리먼. (2016). 나는 왜 나인가? (출생 순서에 숨겨진 인간 심리). 좋은책만들기

2) 2023년 혼인 이혼 통계. (2024).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5662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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