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완
[한국심리학신문=김도완]
일어났을때 갑작스럽게 나타난 벌레 보다 더 무서운게 있을까? 출처 무키무키만만수 안드로메다, 리얼뮤직, 화면 캡쳐아무리 벌레를 자주 봐도 손으로 쉽게 잡을 수가 있을까? 학교 실험 수업을 하다 보면 곤충을 만질 일이 종종 있다. 물속에 사는 유충부터 나방 애벌레, 심지어 곤충 표본 제작을 위해 다양한 곤충들과 마주하지만, 여전히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는 든든하게 나타나셔서 후딱 잡고 가신다. 하지만 집과는 멀리 떨어져 자취를 하는 이상 스스로 해내야 한다. 그러나 갑자기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온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소름이 끼친다. 어째서 자주 마주하더라도 벌레는 싫을까?
곤충은 누구나 두렵다.
영어로 Entomophobia(곤충공포증)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곤충을 무서워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서는 곤충 공포증을 “특정 공포증” 중 동물 공포증의 하나로 분류하며, 여성 8%, 남성 3%가 겪을 만큼 흔하다. 곤충 공포증 외에도 고소공포증, 번개가 칠 때 두려움을 느끼는 공포증 등이 특정 공포증으로 분류된다.
곤충처럼 작은 생물들은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쉽게 마주할 일이 없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등장하면 극도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특정 공포증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힘들더라도 마주봐야 한다.
이겨내기 위해서는 마주친 이후로 다시 마주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freepik
공포증이 병이라면 약으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일시적으로는 벤조디아제핀(항불안제) 혹은 프로프라놀롤(불안 감소제)이 있지만, 대개 특정 공포증의 치료는 ‘노출 요법’이라는 행동 치료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 방식은 공포 대상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음을 경험하게하고 대상에 대해 익숙해져서 공포심을 줄이는 방법이다. 또한,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대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는 패턴을 분석하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을 대체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네덜란드의 재클린 피터스는 거미 공포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과 기억 재활성화를 통해 공포를 감소시키는 방식을 연구했다. 거미를 만질 수 없을 정도의 거미 공포증을 가진 18세부터 55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69명을 모집해 10cm 크기의 거미가 들어 있는 유리 상자를 열어 손을 바로 앞에 두게 했다. 거미에게는 물을 뿌려 다가갈 수 없게 만들어 직접적인 접촉을 피했으며, 견디기 힘들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은 1~8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단순히 접촉하는 것을 넘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공포심이 극대화되도록 설계되었다. 이후 프로프라놀롤(불안 감소제)과 위약(효과가 없는 가짜 약으로, 실험자가 어떤 약을 먹었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제공됨)을 그룹별로 제공했다. 이후 2일과 4주 후에 거미에게 스스로 가까이 가도록 지시한 뒤 설문지를 통해 직접 공포를 평가했다.
그 결과, 2일 후 거미를 다시 마주한 그룹이 더 공포심이 감소했다. 놀라운 점은 3개월, 1년 후 다시 설문을 진행했을 때도 2일 후 거미를 마주한 그룹이 더 공포심이 감소 한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으로도 2일 후 마주한 그룹이 공포 극복에 효과있음을 시사했다. 이 연구는 약물보다 직접 마주하는 주기가 짧을수록 공포 극복에 효과적임을 밝혔다.
바퀴벌레 생각보다 안전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바퀴벌레가 더러우며 질병을 옮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와이오밍 대학교 생태학과 제프리 락우드 교수는 모기가 더 위함한 생명체이며, 바퀴벌레가 질병을 옮기긴 하지만 무조건 피할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또한 바퀴벌레를 더 피하는 이유는 이전부터 학습된 공포라고 주장한다. 바퀴벌레의 서식하는 환경, 생김새 그리고 냄새 등으로 인해 어릴적부터 경멸과 혐오의 대상으로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며, 또한 질병 감염에 대한 우려심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이 더욱 기피한다고 주장했다.
곤충,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분매개자 역할을 하는 호박벌(뒤영벌)의 모습. 직접촬영
막상 극복하기 위해 마주해야 한다 해도 바퀴벌레는 여전히 무섭다.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들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곤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1.분해자의 역할과 먹이원
지구상의 많은 생물은 저마다의 역할군이 있다. 그중 분해자는 물질의 순환을 돕는다. 만약 낙엽이 썩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적으로 낙엽으로 인해 빛을 받지 못한 식물들은 자라지 못할 것이다. 또한, 낙엽 속 질소가 다시 땅으로 들어가지 못해 영양분을 얻지 못한 식물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야나기사와 시즈마는 저서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에서 바퀴벌레가 생태계에서 분해자 역할을 하며, 큰 먹이를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다른 생물들이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 생태계의 순환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다른 동물들은 바퀴벌레를 먹이로 삼고 살아간다.
2.수분매개자
“벌이 없어지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는 식물들은 곤충이 수분 매개자로서 꽃이 퍼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 꿀벌, 뒤영벌류 등 벌목 곤충이 전체 화분 매개의 80%를 담당한다. 또한, 꽃등에 같은 파리목 곤충도 수분 매개자로 기능하며, 곤충은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3.실험 동물
이외에도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그리고 꿀벌부채명나방 유충까지 많은 곤충이 실험실에서 연구에 활용된다. 초파리는 유전자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된 곤충으로 많은 유전학 발달에는 초파리가 존재했다. 또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체 및 노화 연구에, 꿀벌부채명나방 유충은 곰팡이성 질환 치료제 연구에 쓰인다. 이처럼 곤충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공포를 극복하는 첫걸음
곤충 공포증을 가진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무시하고 살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곤충과 거미는 겉보기에는 징그럽게 생겼지만, 언젠가는 마주할 순간이 온다. 그때가 오면, 기회라 생각하보며 징그럽게 생겼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생물이라 여겨보며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다음 기회가 온다면, 당당히 먼저 잡으러 가보자. 다시 마주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 당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보도록 하자.
참고문헌
1) 동아일보, “바퀴벌레 잡아주시면 2만 원 드려요” 하찮은 벌레가 왜 이리 무서울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2024)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41115/130431862/1
2) 코메디닷컴, 사람은 왜 바퀴벌레를 무서워할까. (2016) https://kormedi.com/1219520/
3)위키대백과, Propranolol, https://en.wikipedia.org/wiki/Propranolol
4)위키백과, 노출요법,https://ko.wikipedia.org/wiki/%EB%85%B8%EC%B6%9C_%EC%9A%94%EB%B2%95
5)기출과학연구원 과학지식백과 과학자들의 동반자, 다양한 실험모델,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901/selectBoardArticle.do?nttId=15531&pageIndex=1&mno=sitemap_02&searchCnd=&searchWrd=
6)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씨앗은행 곤충 화분매개 곤충산업,
https://genebank.rda.go.kr/PB/jw/intermadi05View.bo?INFO_ID=18&RNUM=18&listcount=1082
7) k스피릿, 바퀴벌레, 알고 보면 소중한 생물, (2023), https://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72338
8) MSD 매뉴얼, 특정 공포증 (2023), https://buly.kr/2UiOBQn
9) Peters, J., Filmer, A.I., van Doorn, J.B. et al. Re-encountering the phobic cue within days after a reconsolidation intervention is crucial to observe a lasting fear reduction in spider phobia. Mol Psychiatry (2025). https://doi.org/10.1038/s41380-024-02882-1
10) 위키백과, 분해자 https://ko.wikipedia.org/wiki/%EB%B6%84%ED%95%B4%EC%9E%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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