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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최지현]


“자신의 의지대로 일이 흘러가기 때문에,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좋은 날입니다.”

아침에 무심코 포털사이트에서 본 오늘의 운세이다. 행운의 색이 ‘파란색’이라길래 옷장에서 푸른빛이 도는 셔츠를 꺼내 입었고, 운 좋게도 ‘목도리’까지 추천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둘러매고 외출한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새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가득하다. 어떤 사람은 아침마다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 또 어떤 사람은 사주나 타로를 보며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다가올 기회나 위험 요소는 없는지 가늠해 보기도 한다. 중요한 일을 앞둔 날에는 운세의 한 줄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처음엔 단순한 재미로 시작하지만, ‘미래’라는 흥미로운 요소와 더불어 그럴듯한 표현 방식이 신뢰감을 높인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 뒤에는 우리의 심리가 만들어내는 착각이 자리하고 있다.

 


왠지 다 내 얘기같은 ‘바넘 효과’


사람들이 한 번쯤은 흥미를 가져보았을 MBTI, 혈액형, 운세, 심리테스트에는 바넘 효과가 작용한다. 바넘 효과(Barnum effect)란 보편적인 성격 특징을 자기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목표를 달성하면 큰 행복감을 느낀다.”라는 문장은 특정 MBTI 유형의 특징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사실 대부분 사람의 특징이 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문장을 보면서 “맞아, 딱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바넘 효과는 심리학자인 버트넘 포러의 실험에서 유래하였다.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진행하였고, “때로는 친절하며 사교적이지만, 때로는 경계하며 내성적이다.”와 같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모호한 성격 묘사를 제공하였다. 대다수의 학생이 이를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평가하였고.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특히 긍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세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만한 말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게 되는 원리가 작용한다.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고난이 찾아오지만,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나중에 좋은 결실을 보게 됩니다.”라는 운세를 자세히 읽어보면, 결국 대부분의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막연한 문장을 개인적인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볼거야, ‘확증 편향’


“저 친구는 성격이 별로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나에게 베풀었던 친절한 행동들은 쉽게 넘어가고, 그 친구의 무례했던 순간과 행동들만 또렷하게 기억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일 때 방향성을 가지며, 자신이 미리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적합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확증 편향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이나 입장에 반대되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인지 부조화를 느끼고, 그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익숙하고 일관된 정보만을 받아들이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우리는 선택적으로 기존의 태도와 의견에 일치하는 정보를 더 선호하고 오래 기억하는 반면,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려는 경향이 있다. 운세를 볼 때도 이러한 확증 편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운세가 잘 맞았던 날은 뚜렷이 기억하며, ”이 운세는 정말 잘 맞아!“라고 확신하지만, 운세가 잘 맞지 않으면, ”역시 그냥 재미로 보는 것이니까.“라고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결국 운세는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해석되지만,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필요한 의미를 찾아내고 확신을 더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운세는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장을 자신의 특성과 운명에 맞춰 해석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운세가 맞았을 때는 신기해하고, 틀렸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며 믿음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세를 완전히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운세는 때때로 우리가 일상을 돌아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을 해소해 주고 막연한 불안을 덜어주는 심리적 위안이 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운세를 삶의 길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지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동기를 부여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 문헌 

1) Forer, B.R. (1949). “The fallacy of personal validation: A classroom demonstration of gullibility”.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44 (1).

2) 이은주, 김현석, 이종민. (2023). “사람들은 언제 팩트체크를 믿는가?: 검증 주체와 확증 편향의 영향”. 언론정보연구 제60권 제3호.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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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1 08: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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