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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믿어본 적 있나요? - '믿는다는 것'을 믿는다 - 내재주의와 외재주의로 바라본 자기 인식 - 정당성을 갖는 믿음이란
  • 기사등록 2025-03-11 08: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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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송연우 ]






"그거 사실 아닐걸?"

"아니라고? 글쎄... 내가 생각하는 게 맞을 텐데."

"고집 부리지 마. 맨날 네 생각만 맞아? 정보 좀 찾아보고 그래."



위 대화는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독자 또한 유사한 경험 - 가짜 혹은 거짓을 믿는 주변인에 의해 가슴이 답답한 적 - 이 있을 것이다. 타인의 생각과 믿음을 이해하려 할 때, '그 사람이 이러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단정지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타인의 생각과 그에 대한 나의 믿음은 어디까지 유효한 것일까. 나의 믿음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자기 지식이란?

 


나의 의식 상태를 내가 인지할 때 혹은 내가 어떤 것을 믿는다는 것을 믿을 때, 이 메타 믿음(의식 상태)이 정당화된 상태를 '자기 지식'이라 부른다.

 

페르난데즈는 자기 지식의 특성을 두 가지로 정의했다. 첫 번째는 '접근의 비대칭성'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믿는다고 생각할 때, 그렇게 생각하기 위한 증거와 추론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 없이도 우리는 우리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접근의 강도'다. 우리가 자신의 믿음을 믿을 자격은 다른 사람이 우리 믿음을 믿을 자격보다 더 강하다. 






자기 지식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 내재주의 관점



내재주의자 거틀러는 메타적 판단이 언어로 표현될 필요성을 부정한다. 우리의 내적 상태가 ‘개념화’된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상자를 볼 때, 우리가 보는 것이 사각형 혹은 상자로 생각하기만 해도 그 대상에 대한 개념화가 이루어진다. 거틀러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자기 감각을 아프거나 따가운 것으로 생각하면 나는 그것을 개념화한 것이며, 그 상태가 고통이면 그것에 대한 내 개념화는 정확하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틀러가 말하는 개념화는 ‘내성적 지시사’(introspective demonstrative)를 사용해 자신의 1차 의식 상태를 구별하고 가리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해 보겠다.


1) 내가 아픔을 느낄 때, 나는 내가 아프다는 내성적 판단을 내린다.

2) 내가 아프다는 느낌이 바로 ‘지향적 지시사’다.

3) 내가 아프다는 판단의 내용은 나의 아픈 느낌으로 구성된다.

4) 따라서 내성적 판단과 사실은 연결되어 있으며 늘 옳다.






자기 지식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 외재주의 관점

 


반면 페르난데즈는 외재주의적 관점에서 자기 지식의 인식적 정당화를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신빙론’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인과적인 신빙론자는 명제 p에 대한 나의 1차 믿음이, 내가 p를 믿는다는 것에 대한 메타 믿음의 원인이 되는 인과적인 메커니즘이 있다고 본다.”

 

페르난데즈가 부르는 ‘지각의 신빙성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정상적인 지각 기관은 신빙성을 가진다.

2) 우리가 명제 p를 지각할 때 p는 참일 가능성이 크다.

3) 우리의 p에 대한 믿음은 참일 가능성이 크다.

4) 우리는 p를 믿을 자격을 가지게 된다.

5) 따라서 ‘믿음의 산출 원리’ - 임의의 명제 p와 임의의 인식주체 S에 대해서, 만약 S가 p를 지각한다면 S는 p를 믿게 된다 – 가 도출된다.






외재주의와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통해 바라본, '거짓 주장'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

 


외재주의 관점에 따라 내가 무엇을 믿고 있다는 타인의 믿음이 정당화되려면, 타인은 나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그 믿음을 추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내가 나의 믿음에 대해 믿을 때는 그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페르난데즈가 언급한 이 비대칭성을 통해, 나 자신의 믿음을 믿기는 쉽지만, 타인의 믿음을 믿기란 몹시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는 단지 적합한 지각과 믿음을 가지고 거기에 근거해서 나의 메타 믿음을 형성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추론도 수행할 필요가 없다. 내가 믿는 것이 곧 사실이자 현실이다. 나의 믿음의 믿는 것은 종종 지나치게 취약한 환경에 놓인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 따르면, 사람들이 거짓 주장을 믿게 하는 인지적 기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믿는 동기화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다. 다른 하나는 분석적 사고의 결여에 의한 고전적 추론(classic reasoning)이다. 사람들이 거짓 주장을 믿는 데는 개인의 신념이 큰 영향을 미친다. 거짓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적성을 갖고 사안을 판단하는 동기화 추론은 결국 신념에 의해 거짓 주장을 믿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한다.






두 관점을 함께 적용하여 결론을 내려보면 다음과 같다.


1) 거짓 주장을 믿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S)가 신념을 가진다.

2) S는 거짓 주장 p를 지각한다.

3) S가 p를 지각할 때 p는 참일 가능성이 크다.

4) S의 p에 대한 믿음은 참일 가능성이 크다. (1차 믿음)

 

그러나,


5) S는 자신의 신념을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의 인지 왜곡 가능성을 인지하는 능력 부재)

6) S는 p를 사실이자 현실로 인지한다. (왜곡된 정보를 사실로 인지)

7) S는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p를 믿는다는 믿음을 갖지 못한다. (메타 믿음 부재)

8) 즉 S는 ‘사실(거짓 주장)’을 사실이라고 믿을 뿐이다.






*참고문헌

1) 이완수. (2019). 사람들은 왜 쉽게 속아 넘어가는가? -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살펴본 가짜뉴스의 심리학적 이론을 중심으로 -. 미디어와 인격권, 5(2), 83-142.

2) 하종호. (2015). 자기 지식의 인식적 정당화. 철학연구, 111, 175-200.

3) Fernández, Jordi. 2003. “Privileged Access Naturalized.” The Philosophical Quarterly 53: 35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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