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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수현 ]


일본은 오래전부터 ‘히키코모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런 일본을 보며 전문가들은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라고 빈번히 말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일본을 보며 한국의 미래라고 말할 수 없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본 내 ‘히키코모리’ 비율은 2%,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비율 5%를 달성하며 일본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나라가 완전히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중장년~노인 세대가 많지만, 한국은 2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 평균 수명이 83.5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20세는 너무 젊은 나이다.


이제 막 사회로 나오는 20대들이 고립·은둔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20대, 고립·은둔의 시작



고립·은둔 청년은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없거나, 집 또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 19세~39세 청년을 말한다. 한국 전체 청년인구 1,000만 명 중 고립·은둔 청년은 54만 명으로, 비율은 5%로 파악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고립·은둔 청년 대다수가 20대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고립은둔청년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고립·은둔이 시작되는 나이는 20대가 60.5%로 가장 많다. 10대는 23.8%, 30대는 15.7%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이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장은 10대 시절에 겪은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 사이의 따돌림 같은 아픔을 이유로 꼽았다. 10대 시절 얻은 상처를 품고 20대가 된 청년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 후 과거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아예 숨어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고립·은둔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면서,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청년들이 하는 최후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집이 너무 어려우니까 (대학)원서 쓸 돈도 없는 거예요. 동생 알바비로 냈거든요. 예치금을 내라고 했는데, (돈 마련했는데) 아빠가 며칠 전에 술 먹고 술집여자를 때려서 경찰서에 끌려갔다고. 그래서 가지 못했어요. 그냥 하늘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한 달 동안 울었던 것 같아요.”


“올라와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 했고, 되게 방황 했어가지고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고 엄청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또 엄마랑 대화는 안 통하고 그래서 점점 학교를 안 나가서 자퇴하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자퇴하고 나서 더 사이가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어요.”

-K2인터내셔널을 통해 공동생활중인 입소자들 인터뷰 중



• 숨어버린 20대들을 찾아야 하는 이유



고립·은둔 청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우선 청년의 고립·은둔은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 문제를 부끄러워해서 방치하는 경우, 자녀는 방치되면서 가정 전체가 고립되고 부서진다. 자녀를 방치하지 않더라도 부모는 자녀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고, 자녀가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버지) 술이 좀 취해서 오셔가지고 방에 들어오셔서 조금 용기를 주는 그런 행동을 하시기도 했지만, 운 적도 있으셨어요. 근데 또 아침에 일어나면 저 새끼 또 왜 안 일어나나. 엄마는 항상 조금 더 적극적인 포지션이긴 했어요. 방을 치워 주신다든지 (중략) 책이라도 사다 주신다든지, 되게 적극적이셨어요. 그런 어머니 입장에서도 답을 모르겠으니까 결국 나중에는 아무도 크게 건드리지 않는 그런 상황이 유지된 것 같아요.”


“그때(은둔생활 당시) 제가 문제가 많았던 거 같아요... 제가... 가정... 가정 폭력을 막 휘두르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랬었어요... (엄마가) 잔소리할 때나, 강압적일 때.”

-K2인터내셔널을 통해 공동생활중인 입소자들 인터뷰 중


또한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사회적 고립이 초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20대 고립·은둔 청년 증가는 청년 세대의 건강한 성장은 물론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 결과적으로는 지역 경쟁력 하락과 사회적 비용 증가, 사회 통합이 되지 않는 문제가 일어난다.



• 다시 사회로 나오려면



고립·은둔은 특성상 장기화로 이어져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하기 쉽다. 심지어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과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청년기, 그중에서도 20대는 사회적 압박이 큰 시기이므로 외부적 도움이 더더욱 필요하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및 자립지원전담기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위험군 발굴·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주요 정책성과 부문에서 새로운 복지 수요 적극 발굴 및 맞춤형 지원체계 기반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고립·은둔 청년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등 각 시에서 잇따라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그러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거주 지역에서 진행 중인 지원 정책이 있는지 뉴스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지 정책을 찾는 게 어렵다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2024년을 기준으로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서비스는 닛커넥트, 두더지 땅굴,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가 있다.


1. 닛커넥트

닛커넥트는 은둔 입성기를 대상으로 취미 및 여가 활동 기반 모임을 제공하고, 실업 청년을 연결해 은둔 장기화를 예방한다.


2. 두더지 땅굴

두더지 땅굴은 은둔 중반기를 대상으로 은둔 경향 자가 진단 테스트와 매거진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사회적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닛커넥트와 달리 정보 제공, 상담 지원, 진단을 포함한다.


3.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는 은둔 후반기를 대상으로 1:1 맞춤형 프로그램과 전문 상담가 연결, 고립·은둔 청년 가족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가정 해체를 방지한다.


그러나 대부분 오프라인과 일부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실제 만남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은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립·은둔 생활이 길어지면 정서적 불안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단계가 오면서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때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기 어렵다면, 사이버 경찰,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등 외부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실제로 청년들은 도움을 요청할 때 주변보다 외부 기관을 더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손을 내밀기 바란다.



* 참고 문헌


1) 김도원. (2024, 2). 세태취재 고립 · 은둔 청년 5% 시대 : 연애 · 결혼 NO, 혼자 노는 게 좋은 요즘 MZ들. 월간중앙,, 186-190.

2) 이미지. (2024년 12월 3일). "스스로를 가둔 청년들아 내가 수면 위로 올려줄게".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11/30/JOK3DGZ27RG33LHQ7U7XKRBZHM/

3) 장정훈. (2025년 1월 13일). 전북 ‘은둔형 외톨이’ 청년, 지자체 관심 필요. 전북도민일보. http://www.domin.co.kr/1498832/

4) 김솔아, 김지수, 성진루빈, 정재희. (2024). 고립·은둔 청년의 정신건강과 일상 회복을 위한 서비스 제안.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30(3), 81-93. 10.18208/ksdc.2024.30.3.81

5) 노가빈, 이소민, 김제희. (2021). 청년 은둔형 외톨이의 경험과 발생원인에 대한 분석. 한국사회복지학, 73(2), 57-81. 10.20970/kasw.2021.73.2.003

6) 김현정. (2023년 4월 1일). 日 '은둔형 외톨이' 146만명…원인이 '코로나19'?.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40117411113206

7) 기대수명 . (n.d.).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8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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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1 08: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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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xcv02902025-03-16 20:17:39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기사의 문구가 기억에 남네요. 정부의 차원에서 많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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