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화연 ]


경주'94 무두석불

이 작품은 언뜻 보면 하나의 완성된 형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태가 균열을 일으키며 완성되지 않은 새로운 이미지가 된다. 이 작품은 정재규 작가의 ‘조형 사진’ 중 대표적인 작품인 ‘경주 무두석불’이다.


‘조형 사진’은 정재규 작가가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시리즈를 명명한 방식이다. 조형 사진은 사진의 특성인 재현성과 기록을 해체하기 위해 이미지를 가늘고 길게 절단한 뒤, 마치 베틀처럼 가로와 세로로 교차 배열하여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법이 돋보인다. 이 독특한 기법 속에서 우리는 심리학의 원리인 게슈탈트 심리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정재규 작가의 생애와 예술세계


1949년 대구에서 태어난 정재규 작가는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 유학을 떠나 파리대학에서 서양 미술 이론을 연구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조형 사진’이라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그의 ‘조형 사진’은 사진을 자르고, 붙이고, 짜내어 3차원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독특한 기법이 특징이다. 이후 그는 파리 비엔날레에 출품하고, 대구미술관에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국내외에서 예술가로서 자리를 잡았다. 


정재규 작가는 경주의 역사적 유산을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여 이미지를 생동감 있게 재탄생시켰다. 이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감상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의 작업을 통해 경주 남산의 불상, 석굴암 불국사 모습, 불국사의 연못, 다보탑과 석가탑 등의 사진이 율동성과 생명성을 갖게 되었다. 


그가 경주를 주요 모티브로 삼는 이유는 경주에서 느낀 다양한 매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매력을 예술로 표현하며 독창적인 조형미를 보여주었다. 또한, 정재규 작가는 예술이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작품 속 기하학적이고 율동적인 표현과 조화를 이루며 더욱 확장되었다.




게슈탈트 심리학으로 바라본 작품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형태’나 ‘모양’을 뜻한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형태를 지각할 때 형태의 구성 요소나 특징을 연관성 있게 배열하려는 경향을 설명한다. 독일의 베르트하이머(M. Wertheimer, 1880~1943)와 그의 실험 피험자였던 쾰러(W.Koehler), 코프카(K. Koffka) 에 의해 이론화되었다.


주요 원리로는 근접성 원리, 유사성 원리, 연속성 원리, 완결성 원리가 있다. 근접성의 원리는 인간이 가까운 것끼리 묶어 인식하는 경향을 말한다. 유사성의 원리는 인간이 유사한 것끼리 그룹 지어 인식하는 경향을 말하고 연속성 원리는 대상을 단절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된 것으로 지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완결성의 원리는 부분적으로 제시된 불완전한 정보를 재구성하여 완전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말한다.


정재규 작가의 작품에서 게슈탈트 심리학을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도입부에서 등장한 ‘경주 무두석불’이 있다. 이 작품 완전한 형태를 띠지 않지만, 우리는 전체적인 형상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완결성의 원리가 적용된 예시로, 부분적으로 제시한 정보를 재구성하여 완전한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경주 불국사 극락전’, ‘아치 아틀리에-진오’ 등에서도 게슈탈트 심리학을 찾아볼 수 있다.




형태의 마술사, 정재규


정재규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예술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심리학적 원리와 지각의 과학적 원리를 탐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심리학 이론이 예술 속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작가 그의 삶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암 투병 중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초기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결국 그의 신념과 끈기로 인정받게 되었다. 정재규 작가의 작품은 게슈탈트 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독창적인 조형 기법과 심리학적 원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험과 매력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참고 문헌

1) 박진관, 「올짜기 30년…평면성을 뛰어넘는 사진…정재규 조형사진가, 고향 대구서 12년 만의 개인전」, 『영남일보』, 2020.08.06.

2) 조수경, 「게슈탈트 심리학이란?」, 『국민대신문사』, 2010.03.02.

3) 김금영, 「정재규, ‘조형 사진’으로 빛을 일으키다」, 『CNB저널』, 2018.02.01.

4) 곽성일, 「대구미술관, 올해 작품 234점 수집…기증작 중 지역 작가 비율 76%」, 『경북일보』, 2020.12.27.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9793
  • 기사등록 2025-03-19 08:42:3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