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서
[한국심리학신문=임은서 ]
pixabay
“이 옷 이제 안 입잖아. 그냥 버려.”
"다음에 입을 수도 있잖아. 일단 놔둬 볼까?"
옷이 너무 낡았거나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버리려고 했을 때 쉽게 버리지 못하는 친구와 대화한 내용이다.
이처럼 누구나 낡고 후줄근하지만 버리지 못하는 애착 옷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특히 추억이 깃든 옷은 더 이상 입지는 않지만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옷장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옷이나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1. 소유효과로 인한 옷장 속 옷의 가치 상승
사람들은 같은 물건일지라도 자신이 소유하게 되면 그 대상의 가치를 주관적으로 부여한다. 이때 같은 물건일 경우에도 소유하기 전이나 남이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내가 소유하고 있을 때 더 큰 애착을 갖게 되고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소유효과라고 한다. 즉, ‘나의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대상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효과이다.
소유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한 실험이 있다. 리차드 테일러 교수가 진행한 대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일부 수강생들에게만 나누어 준 후 머그컵을 받지 못한 수강생, 머그컵을 받은 수강생으로 나누어 가격제시의 차이를 확인한 실험이다. 머그컵을 받지 못한 수강생들은 평균 가격 2.75달러로, 머그컵을 받은 수강생들은 평균 가격 5.25달러로 대답하였다. ‘나의 컵’으로 인식되어 머그컵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소유효과가 적용된 것이다.
소유효과는 ‘손실 회피 성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손실 회피 성향이란 인간은 손실을 회피하는 선택을 한다는 뜻으로 손실에 의한 심리적 효과가 이익에 의한 것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것을 잃게 되었을 때는 손실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해석하는 반면 이익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해석하여 소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50,000원을 주웠을 때의 기쁨보다 내 주머니에 있던 50,000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손실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카너먼은 사람들은 보통 “소유를 통하여 그 물건의 통제권을 인식하게 되고 이 통제권의 포기는 손실로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하여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에 소유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1년 동안 안 입었지만 애착 옷이라는 이유로 혹은 일단 놔두면 언젠가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는 옷들이 옷장 속에 쌓여있는 경우는 이미 소유하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그 대상에 깊은 애착을 느끼고 실제 가치 이상을 매기는 소유효과의 대표적인 예시로 볼 수 있다.
2. 저장강박은 쌓여있는 옷더미의 원인
옷뿐만 아니라 서류더미, 화장품, 선반을 가득 채운 그릇 등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거나 그냥 방치해두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사용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저장’을 하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저장행동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스스로에게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가치 있는 물건을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저장행동과 준비가 너무 지나쳐 생활공간의 혼란, 폐기에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강박장애의 일종인 저장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장강박이란 가치가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기 꺼리고 지속적으로 과도한 양의 물건을 수집하는 것을 말하며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쌓인 물건을 보며 위안과 편안함을 느끼는 특징이 있다. 전 세계 인구통계에 따르면 2~5%가 저장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생 유병률은 5%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실 저장강박은 쓸모없는 물건까지 모은다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옷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하는 것과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어떤 대상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향이다. 또한 특정 물건을 획득하기 위해 사용된 여러 비용을 생각하며 본원적 가치에 비용을 더하고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주관적인 가치가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도 쉽게 버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특정 물건은 과거의 나의 중요한 경험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소유물을 상실했을 때 기억상실에 대한 염려를 유발하며 물건 처분을 미루거나 피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소유물에 대한 과도한 관계 형성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대인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 소유물을 의인화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소유물과의 관계에 더 강한 감정적 애착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Belk의 소비자와 소유물과의 관계에 대해 다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애착이 심해지면 특정 소유물을 확장된 자아로 받아들이고 소유물을 없애는 것이 곧 자아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폐기 의도가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글을 마치며
버려야 하지만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옷들이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옷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새로운 옷을 구매하는 것은 어떤가? 새로운 옷에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 오래된 추억을 간직하며 계속 옷을 쌓아두고 방치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해 보고 현재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소유효과와 저장강박을 극복하고 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전중옥, 이은경. (2013).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의 심리. 마케팅연구, 28(6), 109-136.
2) 이승혜. (2014). 소유효과와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소비자 심리의 상관성 연구 : 제품 유형과 보유의지를 중심으로(국내석사학위논문). 성균관대학교, 서울
3) 내가 옷 못 버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 ‘보유효과’에 대하여 [시빅뉴스]. (2020).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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