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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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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예쁘면 고시 삼관왕이다

 

 

‘아름다움’이 여성의 가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오래된 낭설들은 여전히 빈번하게 쓰이곤 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현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이러한 말들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예쁜’ 여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작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인생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하게 되는 다소 불편한 사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의 경우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신체적 외모의 특성에 따라 대우가 바뀌는 것은 남성 쪽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정도가 여성에 비해 훨씬 덜 할 뿐이다. 실제로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90%가 여성 측에서 발생하며, 남성에게 압박감을 주는 경우가 적은 것은 단지 여성이 ‘현저성(self-evaluative salience*)이 더 높기 때문이다.  

(* 외모가 차지하는 중요성. )


뇌과학적으로 외모에 대한 혜택은 ‘보상 효과’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뇌는 본성적으로 ‘미’를 선망한다는 의미로써, 이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화되지 않은 아기들도 예쁜 여성을 더 오래 응시한다는 연구 결과로 입증되었다. 즉, 아름다운 사람을 대할 때 더 기분이 좋아지고 잘해 주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그러나 이렇게 ‘미’라는 가치로부터 비롯된 ‘혜택’은 결국 누군가를 향한 ‘차별’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외적인 모습에 따라 그 반응과 대우가 상이해지기 때문에, 외모에 자신이 없는 여성의 경우 열등감에 빠져 버리기도 훨씬 쉽다. 

감정은 혜택의 크기에 비례해 변질된다. 가령 단순한 호의나 관심에서 시작된 부러움이, 어느샌가 걷잡을 수 없이 비대한 질투심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아름다움’을 향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부러움이나 질투에 그치지 않는다. 혜택이 ‘특혜’ 수준에 이르게 되면,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감정 역시 증폭되어 억울함, 낙담, 좌절감이 생겨날 수 있다. 


이때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외모가 주로 ‘유전자’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비롯되며, ‘낙담’과 ‘좌절’은 어떠한 수단으로도 넘어서기 어려운 ‘불가항력’으로부터 발생한다. 길거리 캐스팅이나 연애 관계에서의 이점과 같은 현실적인 예만 떠올려 보아도, ‘평범한’ 누군가가 아무리 다른 방면의 노력을 기울여도 ‘미’를 타고난 사람보다 큰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파생물’에 있다. 특혜와 차별은 단순히 감정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수용’, ‘체념’, 그리고 ‘성형 결심’으로 이어지는 ‘외모 열등감’은 결코 개인의 생각만이 아니라, 이제는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을 느끼며 52%는 미디어가 성형 수술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위와 같은 통계는 '성형 수술'이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존감과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외모 열등감’의 기저에는 부러움, 질투, 원망, 좌절이 한데 얽혀 있다. 

 

만약 누군가가 신체적 특성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피폐해진다고 느낀다면, 그가 우선적으로 새겨두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특혜와 차별이 인간에게 유발하는 부러움, 질투, 화, 억울함, 낙담, 좌절 등의 감정이 모두 정상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감정은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다. 

 




- 현실을 직시하되 넓은 시각을 갖춤으로써

 

 

외모 심리학적으로 바람직한 관점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균형 잡힌 사고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회생활에서 누군가의 ‘외적 모습’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내면의 아름다움 역시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의 실질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두 가지 요소의 중요도를 무리해서 정할 필요보다는, 각 요소의 비중과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적절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직접 경험한 혜택이나 불리함은 분명한 사실일 수 있지만, 동시에 외모가 ‘전부’라는 생각은 무척 편협하고 파국적인 사고이다.

 

외모 심리학적으로 ‘외모가 전부’라는 사고방식은 ‘차등성’‘비교 심리’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열등감이 깊거나 ‘프로아나(pro-ana*)와 같이 외모에 모든 것을 쏟는 사람의 핵심 신념이 되곤 하는데, 건강한 신체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반드시 교정할 필요가 있다. 겉모습의 현실적인 중요성과 불평등성에서 비롯되는 자괴감을 부인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 promotion of anorexia 의 축약어로 거식증에 찬동한다는 의미. )

 

 


참고문헌

1) 이창주. (2024). 못생김의 심리학. 몽스북.

2) 김동식, 김영택, 동제연, & 김숙이. (2020). 한국사회의 젠더와 건강 불평등 연구(Ⅲ): 외모강박과 미용성형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https://www.kwdi.re.kr/flexer/view.jsp?FileDir=/CM001&SystemFileName=CM00120200115162346QRZXQ.pdf&ftype=pdf&FileName=%ED%95%9C%EA%B5%AD%EC%82%AC%ED%9A%8C%EC%9D%98%20%EC%A0%A0%EB%8D%94%EC%99%80%20%EA%B1%B4%EA%B0%95%20%EB%B6%88%ED%8F%89%EB%93%B1%20%EC%97%B0%EA%B5%AC(%E2%85%A2)%20-%20%EA%B9%80%EB%8F%99%EC%8B%9D-%EB%B3%B4%EC%9D%B4%EC%8A%A4%EC%95%84%EC%9D%B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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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9 08: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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