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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나는, 오늘도 여전히 못생겼다 : 외모 심리학 ➁ - 외모 ‘현저성’
  • 기사등록 2025-03-21 08: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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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PIXABAY


예쁜데도 외모가 신경 쓰이는 속 사정

 

 

누가 봐도 예쁘고 완벽한데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외모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이들의 자존감이 낮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누군가의 ‘자존감’이라는 정보는 타인이 단순히 분석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외모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존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모 심리학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는, ‘자존감’보다 ‘현저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저성이란 곧 ‘무언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일컫는다. 


항상 관리를 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외모’에 대한 찬사를 받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같은 ‘대중에게 보이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외모 현저성’이 극도로 높은 편이다. 이들은 스트레스에 굉장히 취약한데, 이것은 대중의 눈에 비치는 ‘이미지’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개인의 입장에서는 인지도, 캐스팅, 수입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로서는 신경 쓰지 않는 미세한 부분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외모 현저성은 직업 외에도 성별이나 성적 지향성, 연령, 환경 등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한데, “10분 더 공부하면 아내 얼굴이 바뀐다” 등과 같은 말들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외모 심리학적으로 ‘여성’이 신체 이미지 건강의 고위험 성별임은 틀림없지만, 여기에는 해당 여성의 성적 지향이 ‘이성애자’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즉 ‘동성애자 여성’은 이성애자인 여성에 비해 외모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지만, 반대로 ‘동성애자 남성’은 이성애자인 남성에 비해 신체상이 부정적일 확률이 높다. 연령적인 측면에서 볼 때, 외모 현저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는 M세대 일부와 Z세대가 속해 있는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 초반까지라고 할 수 있다.

 

‘현저성’은 ‘사회 트렌드’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러한 현저성에 부정적인 작용을 미치곤 한다. 이와 더불어 ‘가정환경’ 역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상대적으로 현저성이 높은 사람은 유년기에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상을 주입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당사자들은 체감하기가 어렵지만, 가정마다 외모를 중시하는 ‘정도’에 있어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고 언급 또한 하지 않는 집안부터, 직간접적으로 가족 간 외모 비교 및 차별을 일삼거나 외모의 중요성을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는 집안까지, 그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DNA만이 아닌 ‘외모를 바라보고 대하는 관점’까지도 유전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다이어트나 성형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 자녀 역시 그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외모 현저성이 높을 확률이 크다.

 

현저성은 개인의 하루 일과에 그대로 반영되곤 한다. 외모가 뛰어난데도 관련된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은 화장, 옷 선택, 쇼핑 등 꾸미는 데 들이는 시간이 남들보다 월등히 많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심할 경우,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이 수면 시간을 초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고 가꾸어 내는 ‘신체상’이란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의 눈에 담기는 모습에 불과하다. 현저성이 높은 이들은 자신의 작은 흠조차 확대 해석하기 때문에, 아무리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고 노력을 하더라도 스스로의 만족도는 낮은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연관된 요인들이 일관되게 맞물릴수록 일과 중 외모 관리에 쏟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정신의학적으로, ‘외모’와 ‘신체상’이 비례하지 않는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신체 이형 장애’에 해당한다.『정신 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에 따르면 이는 강박장애로 분류되는 질환으로, 작은 뾰루지나 여드름 같은 ‘미미한 결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을 핵심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것을 앓는 사람은 객관적인 모습이 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지각 편향(biased visual perception)에 의해 스스로를 비정상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은 뇌 회로의 결함으로 인해 특정 부위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반적인 형상을 지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콤플렉스인 부위에 집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신체상이 훼손된다. 신체 이형 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강박장애와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고 인지 행동 상담이 병행되는데, 이는 꽤 까다로운 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병식(病識*) 부재이다. 타인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외모에 할애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전혀 줄지 않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정신과가 아닌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끊임없이 방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성형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외모가 아닌 마음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수술을 많이 해도 효과를 볼 수 없다.

(*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 )

 




- 나의 하루 일정, 밸런스 조정을 위하여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삶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스스로 일과 노는 것, 사랑의 비중 또는 외면과 내면의 균형에 있어서 평형 관계가 깨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나 자신이 앞서 언급한 직업군이 아닌, 소위 말하는 ‘일반인’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외모 집착’이 심하다면, ‘현저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모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과, 주변인보다 현저성이 높은 이유를 우선적으로 돌이켜 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유년 시절의 상처나 트라우마, 외모가 아니라면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심리적 취약성, 혹은 묻혀 있던 외모지상주의 사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만일 현저성이 높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줄이기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변화가 가능한 일, 그리고 불가능한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지만, 변화가 가능한 요인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최대한 개선해야 한다. 


원인이 아닌 결과부터 바꾸는 것도 가능한데, 예를 들어 ‘이유 불문, 외모에 들이는 시간부터 줄이라’는 권고를 들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이 차트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선 하루 일과표를 그린 뒤,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을 ‘시각화’하여 살펴본다. 외모에 들이던 시간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게 되었으니, 그다음으로는 ‘재분배’를 진행한다. 가령 시간의 일부분을 떼어 다른 활동에 투자하는 식이다. 


PIXABAY_(원그래프(Pie chart))


이렇듯 파이 차트는 현저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실천’이다. 적어도 3개월 이상 실생활에서 적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당장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면 하루 1분이라도 조금씩 교정해 나가길 권장한다. 꾸준한 실천이 동반된다면, 변화의 폭이 미세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다.

 

 


참고문헌

1) 이창주. (2024). 못생김의 심리학. 몽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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