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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손신영 ]


이미지 출처: unsplash

“내 연인이 되어줄래?”

누구나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번째 순간, 바로 고백하는 순간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의 분위기와 어떤 말, 장소, 감정을 기억한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인생에서 하나의 페이지로 남는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얻은 정보도 기억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취향, 나와의 공통점, 좋아하는 음식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두 가지 기억은 같은 기억이지만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으로써 삶에서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구성한다. 즉 언제, 어디서 그 사건이 발생하였는가에 대한 기억이다. 연인과 언제, 어디서 데이트했는지 기억하는 것이 바로 일화적 기억이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것은 기억이 의식 수준에 있으며 자유롭게 기억 인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공간적, 시간적 맥락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사건을 반드시 경험해야 기억할 수 있으며 사건이 반복되면 기억이 약해질 수 있다. 만약, 연인에게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매번 그 말을 듣는 구체적인 날짜, 시간, 분위기를 기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기억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이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사람마다 보이는 것, 느낌이 모두 달라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의미적 기억(semantic memory)은 세상에 대한 사실과 상식에 대한 기억을 의미하며 이름이나 좋아하는 음식과 같은 개인 정보를 포함한다. 처음 습득한 것과 다른 형태로 융통성 있게 전달이 가능하며 의식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것은 일화적 기억과 동일하다. 하지만 공간적, 시간적 맥락이 있을 필요는 없으며 정보가 개인적일 수도, 일반적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은 개인적인 정보이지만 한글을 창제한 인물과 같은 상식은 일반적인 정보이다. 일화적 기억과 가장 차이가 있는 것은 여러 번 정보를 습득하면 강화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과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듣게 되면 더 잘 기억하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기억하지 못할 수 있어도 함께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반복적으로 얘기한다면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반복적으로 정보를 보는 것은 기억에 도움이 될까?


정보에 단순히 노출되는 것만으로는 기억을 보장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애인에게 매일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지만 전화번호를 한 번에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매일 보는 정보이지만 전화번호를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렵다. 익숙하지만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언어적 정보나 시각적 정보를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확실한 기억을 얻는 데 충분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게 기억할 수 있을까? 바로 새로운 정보를 원래 알고 있던 지식이나 자신과 관련된 정보와 연결하는 것이다. 연인이 녹차를 좋아한다고 가정한다면, 녹차는 호불호가 있다는 원래 알고 있던 지식과 자신이 녹차를 좋아한다는 정보가 합쳐질 것이다. 따라서 호불호가 강한 녹차를 같이 좋아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이렇게 얻게 된 정보는 잘 잊어버리지 않고 확실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자신과 관련이 많은 정보일수록 오래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으니, 연인과 공통점을 많이 만드는 것이 좋다.



집중하면 더 잘 떠오른대!


‘신발을 살까 말까?’ 고민을 한 적이 있는가? 고민할 때는 단순히 지나갈 수 있는 연인의 신발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시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신발만 보이고 관찰하며 고민을 더 깊이 하게 된다. 평소에는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면 더 잘 기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처리의 깊이 효과(level-of-processing effect)는 기억하는 부호화 과정에서 더 깊이 정보를 처리할수록 나중에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은 부호화, 저장, 인출 순이다. 이 과정은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 정보를 유의미하게 만들고 장기 기억에 저장된 기존 정보와 연결하고 결합하는 과정이다. 부호화 과정이 잘 이루어질수록, 즉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억하는 데 더 집중할수록 기억이 쉽게 떠오르는 것이다.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이후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며 정보를 의미에 따라 처리할수록 장기 기억에 효과가 있다. 기억은 여러 수준의 처리 과정으로 수행되고 깊은 수준은 장기 기억과 관련이 있다. 



기억을 더 잘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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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 이것을 인간은 가장 느린 프레임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든 순간을 견뎌낼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한다. 힘든 순간을 기억하며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기고 그것을 기억하며 사랑의 시간 여행을 하길 바란다. 때때로 이러한 순간이, 힘든 긴 터널을 버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참고문헌

1) Mark A. Gluck & Eduardo Mercado & Catherine E. Myers. (2019). 학습과 기억 뇌에서 행동까지. 시그마프레스

2) 이지현 and 이자원. (2012). 정보처리의 깊이를 이용한 학습방안 연구: 프렌즈의 로스를 중심으로. 영상영어교육, 13(1), 129-148.

3) 네이버 지식백과 [Website]. (2024). https://terms.naver.com/tlist/list.naver?listId=112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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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20 08: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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