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 한국심리학신문=채진우 ]



현대 사회에서 글쓰기는 일기, 창작, 업무 기록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박적인 충동을 느끼는데, 이는 단순한 글쓰기 열정을 넘어 과다필기증(하이퍼그라피아, Hypergraphia) 라는 의학적 상태일 수 있다.




하이퍼그라피아란?


하이퍼그라피아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는 강렬하고 억제할 수 없는 욕구를 특징으로 하는 행동 상태다. 일반적인 글쓰기 습관과 달리, 하이퍼그라피아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적인 충동을 느끼며, 이를 멈추기 어렵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글쓰기 충동


하이퍼그라피아는 단순한 문장 작성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여러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1. 일기 쓰기: 하루 일과를 지나치게 상세히 기록하는 경우

2. 시 작성: 끝없이 운율을 맞추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3. 목록 작성: 일상적인 할 일 목록에서부터 비정상적으로 세세한 리스트 작성

4. 철학적 글쓰기: 심오한 개념이나 사상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


이러한 행위들은 개인의 창작 욕구와 혼동될 수도 있지만, 그 강도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박적으로 지속될 경우 하이퍼그라피아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퍼그라피아의 의학적 원인


하이퍼그라피아는 단순한 심리적 습관이 아니라, 특정 신경학적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 측두엽 간질(Temporal Lobe Epilepsy)과의 연관성


측두엽 간질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 일부는 발작 후 하이퍼그라피아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경우, 뇌의 해마(hippocampus)와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 등의 손상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게슈윈드 증후군(Geschwind Syndrome)과의 관계


게슈윈드 증후군은 과도한 감성적 반응, 과도한 관심사 몰입, 철학적 또는 종교적 사고의 증가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학적 증후군이다. 하이퍼그라피아는 이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3.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와의 연관성


하이퍼그라피아는 특히 양극성 장애(조울증)의 조증(Mania) 상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조증 상태의 환자는 극도의 에너지 상승과 함께 사고의 속도가 빨라지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려는 충동을 느낄 수 있다.




창작의 불꽃인가, 통제할 수 없는 강박인가


하이퍼그라피아는 때때로 창의성과 연관되어 논의되기도 한다. 실제로 몇몇 유명 작가들이 하이퍼그라피아 증상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다.


1.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은 일기와 글쓰기에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남긴膨大한 필기 기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2.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미국의 대표적인 고딕 소설 작가 에드거 앨런 포 역시 광적인 글쓰기 습관을 보였으며, 그의 작품 속 강렬한 감성과 집착적인 표현 방식이 하이퍼그라피아와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글쓰기 습관과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에 대한 연구는 그의 생애와 문학적 특징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흥미로운 주제다. 포는 미국 고딕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강렬한 감정과 집착적인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다수 남겼다. 그의 이러한 문체와 글쓰기 습관이 하이퍼그라피아와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2.1. 포의 글쓰기 습관과 하이퍼그라피아의 연관성


포는 생애 동안 극심한 빈곤과 알코올 중독, 정신적 불안정에 시달렸으며, 그의 작품 속에서도 광기, 죽음, 집착 등의 요소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몇몇 연구자들은 그의 이러한 특징이 하이퍼그라피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과도한 글쓰기와 몰입: 포는 작품을 집필할 때 강렬한 몰입 상태에 빠졌으며, 심야에 글을 쓰는 습관이 있었다. 그의 동료들이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한 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장시간 동안 집중했다고 한다.


  • 강렬한 감정 표현과 반복적인 테마: 그의 작품에는 죽음, 광기, 상실, 집착과 같은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러한 감정적 요소가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하이퍼그라피아를 보이는 사람들의 글에서 감정의 극단적 표현이 자주 발견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 측두엽 간질 가능성: 포는 생애 동안 환각과 정신적인 혼란을 경험했다고 기록된 바 있다. 측두엽 간질과 관련된 신경학적 증상이 하이퍼그라피아와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포가 이러한 신경학적 상태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2.2. 연구 및 분석 사례


문학과 정신의학의 교차점에서 포의 작품과 정신 상태를 연구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 정신의학적 해석: 일부 연구자들은 포가 양극성 장애 또는 측두엽 간질을 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의 과도한 글쓰기와 감정적 몰입이 정신적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문학적 분석: 하이퍼그라피아적 특성을 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은 보통 특정 주제를 반복하고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포의 대표작 「어셔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 「광인 일기」(The Tell-Tale Heart) 등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하이퍼그라피아가 반드시 긍정적인 창의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증상이 심한 경우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방해가 되며, 정상적인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치료와 관리 방법


하이퍼그라피아가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의료적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1. 신경과 및 정신과 상담


하이퍼그라피아가 신경학적 원인(측두엽 간질, 게슈윈드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면, 뇌 영상 검사(MRI, CT)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신과 상담을 통해 양극성 장애 등 심리적 요인을 평가하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다.


2. 약물 치료


항경련제: 측두엽 간질과 관련된 경우 발작을 예방하는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

기분 안정제: 양극성 장애와 연관된 경우 리튬(lithium)이나 발프로산(valproate)과 같은 기분 안정제가 처방될 수 있다.


3.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하이퍼그라피아가 강박적인 행동 패턴과 연관된 경우,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강박을 줄이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창작과 집착 사이, 균형 찾기


하이퍼그라피아는 단순한 글쓰기 열정을 넘어, 신경학적·정신과적 요인과 깊이 연결된 증상이다. 때로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통제되지 않을 경우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는 인간의 사고를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지만, 때로는 이 도구를 통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Imamura, T., Yamadori, A., and Tsuburaya, K., (1992).  Hypergraphia associated with a brain tumour of the right cerebral hemisphere. Retrieved from: https://pubmed.ncbi.nlm.nih.gov/1548492/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9829
  • 기사등록 2025-03-24 08:37:0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