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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민서 ]


 

“오랜만이다! 나중에 밥 한번 먹자”

“아무리 친해도 늦은 밤에 전화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친하긴 해도 거절하면 내가 싫어지겠지?”

 

우리는 우연히 어떤 곳에서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 한번 밥 먹자”는 인사말과 함께 헤어지지만, 실제로 시간을 내서 그 사람과 밥을 먹는 일은 거의 없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전화해서 “우리 밥 한번 먹자 했는데, 언제 먹을 거냐?”라고 묻는 법도 없다. 양쪽 모두 그냥 하는 인사말이라는 걸 알고서 하고 알고서 듣는 데에 익숙해 있다.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라도 나에게서 많은 시간과 마음을 원해서, 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면, 그 친구는 ‘이 순간만큼은 피하고 싶은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 특히 SNS가 활발해진 지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사회관계망을 통해 간접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데 익숙해져 2030 사이에서는 ‘적당한 거리감’이 더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간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 고슴도치같은 우리 사이

 

관계는 고도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개인화되어 있어, 우리는 타인과의 깊은 연결을 갈망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적인 자유와 독립을 소중히 여깁니다. 또한, 관계 맺음에 있어서 서로 간섭할 일도 없고 부딪힐 일로 없게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1951년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이를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저서인 ‘부록과 추가’(1851)에서 “고슴도치들은 겨울에 어떻게 살아가는가?”하는 질문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제시했다. 고슴도치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서로 모여들어 체온을 나누는 습성이 있는데, 같이 붙어있게 되면 가시에 찔리고 떨어져 있자니 추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고슴도치들은 추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가시에 찔리지 않을 정도의 적절 거리를 유지하면서 모이는 가까움과 멂의 균형을 이루는데, 이것이 인간관계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고슴도치와 같다. 즉,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곧 인간의 딜레마인 것이다.

 

 나에게 적절한 거리는 얼마일까?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ed T. hall)’은 근접학(proxemics) 연구를 통해, 동양의 사회를 고맥락(high context) 사회라고 표현하며, 동양의 개인은 비교적 모든 문제에 앞서 인간이라는 개체가 속한 전체 맥락과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인간 사이의 거리는 4가지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1.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밀접한 거리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사이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연인처럼 아주 친밀한 관계를 전제로 한다.

 

2. 개인적인 거리(Personal Distance)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허용되는 사이이다. 일상생활에서 무난하게 활용되는 격식과 비격식의 경계에 있는 관계이다.

 

3. 사회적인 거리(Social Distance)

사회적 활동과 사교적 거리로 보통의 목소리로 말할 때 들을 수 있는 거리이다. 직업, 사회생활 등의 공식적인 행동을 할 때 많이 쓰이며, 정중한 격식이나 예의가 요구되는 관계이다.

 

4.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

큰 소리로 이야기해야 하는 거리이다. 연설이나 강의와 같은 특수한 경우이며, 말하는 사람은 여러 청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리여야 하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에게 피해 가지 않는 행동을 노출하지 않는 거리가 일반적이다.

  

 좋은 인간관계를 가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관계는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진다. 인간관계를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이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인간관계는 공부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강박을 버리고서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1.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갖는다.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단순한 유희로 삼지 않아야 한다. 사소한 관계 속에서도 상호 발전적인 방향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의미 있는 인맥은 쌓여 간다.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면 고슴도치 딜레마에서 말하는 ‘적당한 거리’를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 위로와 안정을 바깥에서 찾지 않는다.

타인에게서 받는 위로는 힘들 때 도움이 되지만, 지속력이 약하다. 힘든 시기일수록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인간관계의 목적이 내 마음의 치유가 되는 것은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건강하지 않은 관계만 초래할 뿐이다.

 

 마무리하며

 


인간관계에서 맺는 뾰족한 가시 같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 가시를 드러내지 않은 채 품고 있고, 누군가는 가시로 경고를 보낸다. 그렇다면 서로에게 가시로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따듯함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강준만. (2019, 1). 왜 우리는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가?_고슴도치의 딜레마 외. 인물과사상,(249), 49-87.

한충석. (2017). 현대인의 눈치보기에 나타난 고슴도치 딜레마 표현연구 : 연구작품을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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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31 08: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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