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국심리학신문=정세현]
"왜 어떤 날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떤 날은 끝이 없을까?"
출근 후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를 마쳤을 뿐인데, 벌써 점심시간이라고? 반대로 퇴근 시간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3시라니!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시간이 빠르게 흐르거나 멈춘 듯한 착각을 경험한다. 시계 속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만, 내 심리적 시간은 순간마다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이러한 시간 지각의 심리적인 차이는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이론과 닮았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관찰자의 속도와 중력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리적 시간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심리적 시간을 어떻게 조절해야 직장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상대성이론과 심리적 시간
시간을 절대적인 개념으로 다룬 19세기 고전 물리학을 지나 현대물리학에서는, 시간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바라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공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이를 직장 환경에 적용하면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이나 업무의 성격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흥미롭고 재미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지만,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긍정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1990년에 발표한 “몰입 이론(Flow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능력과 주어진 과업이 균형을 이루는 일을 수행할 때 몰입 상태에 도달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스트레스나 불안이 높아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반대로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시간의 왜곡”으로 표현했다.
직장에서 경계해야 할 시간의 왜곡 - 멀티태스킹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직장에서 경계해야 할 시간의 왜곡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다.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능력처럼 보이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오래전부터 보고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멀티태스킹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2010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프랑스 국립 보건 의학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멀티태스킹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19세부터 32세까지의 남녀 32명을 대상으로 연속적 단어 만들기 실험을 수행하였고, 실험 중 작업의 종류를 두 가지에서 세 가지로 늘렸을 때 참가자들의 기억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한 결과, 작업이 증가할수록 뇌의 자원 배분이 분산되어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2022년 미국 스탠퍼드 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18세부터 26세 사이의 참가자 80명을 대상으로 기억을 회상하거나 학습한 정보의 변화를 식별하는 동안 동공 크기와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주의력 손실, 정신적 방황, 산만함이 증가했고, 이는 기억력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억력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멀티태스킹이 단순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 집중도와 기억력을 저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심리적 시간 조절법1 – 딥워크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심리적 시간을 조절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핵심은 집중력을 극대화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데 있다. 우선, 몰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알림처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한 가지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딥워크(Deep Work)”방식이나 “포모도로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딥워크는 사람의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완전한 집중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을 의미한다. 심리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딥워크의 “이원적 방식 (Bimodal Strategy)”을 사용했다. 그는 한 가지 업무를 수행할 때 방해 요소를 모두 차단하고 오로지 해당 작업에만 몰두하였으며, 업무에 몰입하는 시간 외에는 학회나 모임에 참석하는 등의 외부 활동을 통해 삶의 균형을 유지하였다고 한다.
딥워크의 또 다른 방법인 “운율적 방식(Rhythmic Strategy)”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몰입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일반 직장인들이 실천하기에 적합하다. 이원적 방식과는 다르게 한 번에 많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보다는 조금씩 꾸준하게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딥워크 방식을 활용하여 일정 시간 동안 깊이 몰입하는 습관을 기르면,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집중할 수 있으며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국내 여러 대기업에서도 제한된 시간 내에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딥워크에 주목하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심리적 시간 조절법2 – 포모도로 기법
딥워크와 함께 효과적인 시간 관리 방법으로 “포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을 들 수 있다. 포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로, 토마토 모양의 주방 타이머에서 유래했다. 이 기법은 작업 시간과 휴식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집중력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이다.
포모도로 기법은 25분 동안 집중해서 업무를 수행한 뒤 5분간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것을 한 세트로 삼는다. 이러한 세트를 반복하면서 하루에 여러 번의 집중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25분으로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 안에 계획한 작업량을 마치려고 집중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방법이다. 이처럼 특정 시간 동안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은 우리가 심리적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게 만들고,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시간의 상대성을 이해하면 업무 효율성이 달라진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무 효율성은 크게 달라진다. 상대성이론이 물리학에서 시간의 상대적 개념을 설명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업무 환경에서도 시간은 심리적으로 상대적인 방식으로 작용한다. 어떤 순간에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또 어떤 때는 지루하게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집중과 몰입을 통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때,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서도 더 큰 성과와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삶 또한 전략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참고문헌
1) 오주현, “달콤한 몰입, 사라진 시간!”, SK telecom 뉴스룸, 2021.06.04, https://news.sktelecom.com/131197
2) 황채현, “시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다”, 성대신문, 2024.11.25, http://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33
3) 고영건, “[21세기 人文學 리포트] 사랑한다면 ‘시간’을 선물하세요”, 매일경제, 2015.01.02, https://www.mk.co.kr/news/business/6505854
4) 이지민, “집중력을 높이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 5가지”, 나침반 36.5도 4월호, 주식회사 입시엔, P50-55, 2024.04
5) 이종훈, “멀티 태스킹, ‘유능함’보다 ‘정신적 과부하’에 가깝다”, HealthLife Herald, 2024.09.02, https://www.healthlifeherald.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4
6) 김병희, “주의력 산만하면 기억력 나쁘다”, The Science Times, 2020.11.02,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212840
7) 양현정, “뇌는 멀티태스킹 하지 않는다”, 브레인Vol.93, 한국뇌과학연구원, p14-16, 2022.05
8) 이예린, “직업적 성공을 위한 마법의 키워드 ‘딥워크’”, Platum, 2019.07.01, https://platum.kr/archives/124227
9) Alicia Raeburn, “포모도로 기법: 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Asana, 2024.06.28, https://asana.com/ko/resources/pomodoro-technique
10) 류한석, “25분 집중 5분 휴식 ‘포모도로 테크닉’”, 주간경향, 2020.04.13,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2004061513571&code=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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