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윤
[한국심리학신문=허서윤 ]
사진=unsplash 대학생 A는 2025년, 신년 목표로 ‘갓생러 되기’를 다짐했다. 갓생러의 필수조건! 일찍 일어나 자기관리의 시간 갖기! A는 방학 동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자 기상 인증 스터디에도 가입하고 일찍 일어나 운동할 요량으로 헬스장 정기권도 등록했다. 처음 일주일은 힘들지만 어찌저찌 해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운동을 가고 운동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서는 독서와 자격증 공부를 했다. 2주차가 되니 고역이 따로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6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10분만 더... 5분만 더...’하며 알람을 재설정하고 다시 잠에 들다가 그렇게 눈 떠보니 시간은 오전 9시. 계획이 이미 틀어졌다는 생각에 모든 의욕을 잃은 채로 그냥 잠이나 더 자기로 한다. ‘스터디 사람들은 일찍 일찍 잘만 일어나던데 나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까?’ A는 이렇게 생각하며 어느샌가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낀다. 차곡차곡 쌓인 실망감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은 A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갓생’, 신을 뜻하는 ‘God’과 삶을 뜻하는 생(生)이 합쳐진 신조어로 부지런한 삶을 말한다. 갓생을 위해선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일찍 일어날 것. 이른바 ‘미라클모닝’이다. 그런데 일찍 일어나는 것을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저 ‘저녁형 인간’인 사람들일 뿐이다.
우리 몸의 주기, 생체 리듬
애초에 저녁형 인간은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 ‘일찍 일어나야지!’하고 마음을 먹어도 몸이 따라주질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일정한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다. 잠을 자고 잠에서 깨고 배가 고프고 밤이 되면 다시 잠이 오고 이 주기가 바로 생체 리듬이다. 이 생체 리듬에는 호르몬이 관여를 하는데, 대표적으로 아침에 분비되어 뇌를 깨우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 밤에 분비되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있다.
호르몬 외에 체온도 생체 리듬에 관여한다. 하루 동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주기를 가지며 몸의 활동을 조절한다. 낮에는 체온이 올라가며 에너지를 소비하고 우리 몸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반면 밤에는 체온을 낮추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이에 따라 몸의 활동량도 줄어든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체온 주기가 다르다
저녁형 인간과 아침형 인간의 체온 주기 /사진=Biologische Psychologie그런데 저녁형 인간은 체온이 올라가는 시각이 아침형 인간보다 늦다. 아침형 인간이 대략 오전 5시에 체온의 최저점을 찍고 오전 6시 이후로 체온이 증가하며 활동을 준비한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대략 오전 6시쯤에 최저 체온을 보이고 오전 7시 이후로 체온이 상승한다. 다시 말해, 아침형 인간은 오전 6시부터 그날의 활동을 준비하지만, 저녁형 인간은 오전 7시나 되어서야 움직일 준비한다는 것이다.
최저 체온 또한 아침형 인간이 더 높다. 아침형 인간의 최저 체온은 약 37.1도이지만, 저녁형 인간의 최저 체온은 약 37.0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을 위한 체온에 도달하기까지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침형 인간은 이미 오전 8시쯤 37.3도의 체온에 도달했는데, 저녁형 인간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체온이 37.3도가 된다. 몸이 움직일 준비를 늦게 하는 저녁형 인간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진 못해도
미라클모닝도 힘들고, 아침형 인간들이 활동적으로 일할 때 비몽사몽 일한다니, 저녁형 인간의 장점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슬쩍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녁형 인간에게도 장점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저녁형 인간은 더 유연한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아침형 인간은 내 몸이 “활동하자!”라고 말하는 시간과 실제로 내가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똑같지만, 저녁형 인간은 평생에 걸쳐 내 몸이 일어나고자 하는 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했으니 생체 리듬을 유연하게 조절하는데 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사, 군인, 경찰 등과 같이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에는 저녁형 인간이 더 유리하다. 자야 하는 시간,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바뀌어도 아침형 인간보다 더 잘 자고 더 잘 일어난다. 시차 적응도 더 잘한다. 해외에서 아침형 인간이 밤에 잠이 안 와 끙끙거릴 때, 저녁형 인간은 쉽게 잠에 든다.
당신은 이미 미라클모닝 중
사진=unsplash저녁형 인간은 평생 미라클모닝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저녁형 인간은 매일 매일 미라클모닝을 실천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매일 내 몸이 일어나고 싶어하는 시간보다 더 빨리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 생체 리듬으로 따지면 아침형 인간에게는 오전 5시~6시가 미라클모닝이지만, 저녁형 인간에게는 오전 6시~7시가 미라클모닝이다. 저녁형 인간이라면 이미 일상에서 이미 미라클모닝을 실천 중이므로 ‘나는 왜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까?’라며 스스로를 꾸짖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더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나이가 들기를 기다려 보자. 생체 리듬은 생에 동안 바뀐다. 나이가 들면 대체로 생체 리듬의 길이가 짧아지고 잠이 줄어들면서 원치 않아도 아침형 인간이 된다. 늙으면 자동으로 미라클모닝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일어나서 가기 싫어도 직장에 가고, 학교에 가고, 하기 싫어도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사실 이런 아침 일상은 그 자체로 미라클이다. 아침 만원 지하철을 뚫고 직장에, 그리고 학교에 도착했다니,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고 늦지 않게 등교했다니, 정말 미라클한 아침이다. 미라클모닝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아침 일상을 해낸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며 하루를 시작하자.
참고문헌
1) Niels Birbaumer, Robert F. Schmidt. (2010). Biologische Psychologie, Springer-Ver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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