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연
[한국심리학신문=김하연 ]
우리는 어색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 자주 유머로 상황을 넘기곤 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을 희화화함으로써 타인의 웃음을 유도한다. 이른바 ‘자기비하 유머’다. 흔히 유머는 긍정적이며 우리의 행복감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유머 또한 과연 건강한 웃음일까?
자기비하 유머란?
자기비하 유머는 자신을 희생해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의 유머다. "내가 원래 이렇지 뭐", "이 얼굴로 연애는 무슨…"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유머는 가볍고 솔직하게 들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모습은 친근하게 보이기도 하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자기비하 유머, 독일까?
하지만 최근 심리학 연구들은 이 유머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페인의 한 연구(Universitat de Granada, 2019)는 자기비하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불안, 우울, 자존감 저하와 같은 정신건강 지표에서 부정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비하 유머가 내면의 불안을 숨기고 방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웃기기 위해 나를 깎는다
자기비하 유머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도구를 넘어, 자신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창구일 수 있다. 특히 우울이나 낮은 자기존중감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유머를 통해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거나, 먼저 자신을 깎아내림으로써 비판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려는 방어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한 연구(McCosker & Moran, 2012)는 자기패배적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낮은 자기존중감과 대인관계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즉, 유머가 대인관계를 맺기 위한 사회적 기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외로움과 자기비난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려다 오히려 멀어질 수도
자기비하 유머는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복되고 과도할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진심으로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자주 자신을 희화화하는 사람은 웃음을 주는 역할에 머물러, 진지한 대화나 감정적인 연결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자존감의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모든 자기비하 유머가 나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비하 유머 자체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머를 사용하는 동기와 맥락이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이라면, 이는 오히려 건강한 자기수용의 한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혹은 자신을 깎아내려야만 타인에게 받아들여진다고 믿는다면 그 유머는 경고 신호다.
당신의 유머는 당신을 웃기고 있는가, 울리고 있는가?
누군가 자꾸 웃기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있다면, 그 유머 뒤에 감춰진 슬픔이나 외로움은 없는지 조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유머는 때때로 우리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주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기 전에, 그 웃음이 내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짜 건강한 유머는, 나도 웃게 만들고 타인에게도 따뜻함을 전한다. 그런 유머야말로 우리를 진짜 연결시켜주는 힘이 있다.
>브런치스토리 김영 작가
*참고문헌
McCosker, A., & Moran, C. C. (2012). Humour appreciation and psychopathology: Findings from the Depression, Anxiety, and Stress Scales (DASS). Humour: International Journal of Humour Research, 25(3).
Universitat de Granada. (2019, February 6). Self-defeating humor linked to greater psychological well-being. Scienc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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