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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너 오늘 점심도 도시락이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필자가 주변 동료들에게 매번 하는 질문 중 하나다. 2년 전만 해도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보상한다며 점심시간 동안 맛있는 음식을 배달 앱에서 주문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대부분의 동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도시락을 가지고 와 식사를 진행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친한 친구와 간단한 만남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국외대생 연주하 씨(25)는 친한 친구들끼리 만날 때 각자 집에서 밥을 먹고 온 뒤, 카페만 방문해 함께 공부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어 물가가 비싸다 보니, 약속 나갈 때마다 부담이 큰 점에서 파생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장성훈 씨(26)는 평소 패션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 늘 다양한 브랜드의 신상을 구매하였는데 최근에는 정말 옷이 필요할 때만 할인 쿠폰이 있는 쇼핑몰이나 SPA 브랜드에서 저렴하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ANTI-FLEX


실제로 지난 12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5년 새해 소비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물건 구매는 최대한 자제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0.7%에 달했다. 특히 ‘보여주기 위한 소비보다 내가 만족하는 실용 소비를 선호한다’는 답변도 89.7%로 나타나 실용 소비를 지향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캐릿 트렌드 분석 사이트에서는 여러 데이터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많은 Z세대가 절약하고 돈을 저축하고, 도시락을 먹는 행위 자체에 많은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이들은 흔히 과장된 소비 플렉스(FLEX)를 지양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현상을 안티 플렉스(ANTI-FLEX)라고 정의하였다.


WHY?



우리가 이렇게 소비보다 저축과 절약을 중시하는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로 본다면 외부적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소비 행태일 수 있다. 경기 불황과 취업난으로 인해 남에게 잘 보이겠다며 과도하게 소비하던 문화는 사라지고 극도로 절약하는 검소한 삶이 주목받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부분은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도 이를 고난, 시련, 어려움, 힘듦이라는 부정적인 관점이 아닌 ‘트렌드’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들은 절약하는 나를 멋지다고 생각하고 돈을 모으고 집밥과 도시락을 먹는 것을 힙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추구미’로 설정한다. 

 

저소비 코어, 현금 생활 챌린지, 무지출 챌린지, 요노와 같은 단어들의 사용 배경은 모두 Z세대가 이를 힙하다고 여기고 트렌드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적응하고자 자신의 취미와 생활 방식을 변화하는 성숙한 생각이 어떻게 파생되었는지 심리학적 이론을 통해 조금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가치-태도-행동 위계 모델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 변화를 설명할 때 해당 모델을 자주 언급한다. 호머와 카흘이 제안한 이 모델은 우리의 깊은 가치관이 먼저 바뀌고, 이것이 특정 대상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며, 결국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안티 플렉스 현상도 이 모델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경제적 압박은 '지금 당장의 만족'보다 '장기적 안정'이라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과시적 소비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발전했고, 결국 무지출 챌린지 참여, 중고 거래 활성화, 도시락 문화 확산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 이론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은 우리가 어떻게 플렉스 문화에서 안티 플렉스로 전환했는지를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 가치관,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때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평소 SNS에서 접하는 화려한 소비 문화와 자신이 직면한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을 경험한다. '남들처럼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와 '미래를 위해 저축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의 부조화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티플렉스요노와 같은 소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태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도시락 속 작은 반란


두 이론을 종합해 보면, 안티 플렉스 현상은 단순한 경제적 대응을 넘어선 복합적인 심리적 과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외부 환경 변화가 내면의 가치관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었고 심리적 갈등 및 인지 부조화의 해소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Z세대는 경제적 불확실성이라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가치관을 재정립했고, 그것이 태도와 행동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이들은 소비 욕구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불일치에서 오는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소비 패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이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타협이나 희생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가치 있는 선택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제약 속에서도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의미와 정체성을 발견하여 안티 플렉스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트렌드


도시락을 싸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된 이 작은 혁명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Z세대의 아름다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 손수 준비한 도시락, 중고 거래로 구한 물건, 집밥을 선호하는 행위 등은 경제적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Z세대의 지혜와 창의성이 담겨 있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참고문헌

1) 전종우. (2022). 인터넷신문 광고에 미치는 소비자 설득지식과 인터넷신문 신뢰의 역할: 가치, 태도, 행동 모델을 중심으로. 단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2) Homer, Kahle. (1988) 가치-태도-행동 위계의 구조 방정식 테스트.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 Festinger. (1957).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Stanford University Press.

4) 양철기. (2014). 인지 부조화 이론. 충청 타임즈.

5) 지혜진. (2025). 욜로 아닌 요노 들어보셨나요? 사는게 팍팍한 MZ, 소비패턴 달라졌다는데.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ociety/11220972)

6) 캐릿. (2025). 플렉스는 지난 유행, 최신 소비 트렌드 ‘안티 플렉스’. (https://www.careet.net/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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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09 08: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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