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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배정원 ]



"어, 뭐야? 언니 왼손잡이야?"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젓가락질하던 A씨는 친구들의 반응에 순간 멈칫했다. 별다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왼손잡이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한다. (출처=프리픽)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우주학자인 애드 라이트의 저서 [왼손이 만든 역사]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에 불과하며, 오랜 기간 이 비율을 유지해 왔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국민 중 약 88.3%가 오른손잡이이고 왼손잡이는 3.9%에 그쳤다. 이처럼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세상에서 A씨와 같은 왼손잡이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대부분 오른손을 쓸까? 왼손잡이는 왜 소수이고, 손잡이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개인적 습관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진화, 생물학적 특성, 그리고 사회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좌뇌와 우뇌, 각각 어떤 역할을 할까?


인간의 손잡이는 뇌의 비대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며, 각 반구는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 논리적 사고, 분석 능력을 담당하고, 우뇌는 창의성, 직관, 공간지각 능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좌뇌와 우뇌, 차이가 있을까? (출처=프리픽)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왼손잡이는 우뇌가 더 발달했다는 통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최근 연구는 이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오른손잡이가 익숙하지 않은 왼손을 사용할 때는 좌뇌와 우뇌가 모두 활성화되지만, 오른손으로 복잡하고 섬세한 동작을 수행할 때는 좌뇌의 대뇌 피질만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는 오른손잡이의 좌뇌 발달이 주된 원인이 아니며, 손 사용과 뇌의 활성화 패턴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음을 시사한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손잡이 결정이 뇌가 아닌 척수에서 이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독일 루르 보쿰대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태아가 자궁 내에서 움직일 때 이미 손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 과정은 뇌가 완전히 발달하기 전에 척수에서 조절된다고 한다. 즉, 손잡이는 단순히 뇌의 비대칭성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신경계 전반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오른손잡이의 적자생존?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오른손잡이의 비율이 높은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오른손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게 느껴졌고, 이러한 일관된 손 사용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을 수 있다.


반면, 소수의 왼손잡이는 예상치 못한 행동 패턴으로 인해 전투나 경쟁에서 유리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스포츠 경기에서 왼손잡이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테니스나 복싱과 같은 종목에서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이 익숙하지 않은 공격 패턴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일부 왼손잡이도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교육적 영향도 무시 못 해...


문화적 요인 또한 손잡이 선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회에서 오른손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졌다. 이로 인해 왼손잡이는 벌을 받거나 억압당하는 등 교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오른손 사용을 강요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더 나아가 서구 사회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 조작과 필기 방식 등이 오른손잡이에 맞춰 설계되면서 왼손잡이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기사에는 가부장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문화가 강한 사회일수록 왼손잡이 비율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었다. 사회적 압력이 실제 왼손잡이의 비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왼손잡이는 정말 특별할까?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왼손잡이 중에는 역사적으로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휘한 인물들이 많다.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정치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모두 왼손잡이였다. 현대 음악에서도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왼손잡이로 유명한 인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왼손잡이이다. (출처=프리픽)


일부 연구에서는 왼손잡이가 양쪽 뇌를 더 균형 있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더 우세하지만 왼손잡이는 우뇌와 좌뇌의 기능적 균형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이제는 선택이다


손잡이는 단순한 신체적 특성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요소이다. 왼손잡이는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등에서 독특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예술, 과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으며, 왼손잡이를 위한 가위와 마우스 등 맞춤형 제품과 교육 환경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른손잡이의 우세는 생물학적, 진화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손잡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A씨는 친구들의 반응을 잠시 살핀 후, 마음 편히 왼손을 사용하며 답했다. "난 그냥 이렇게 태어난 거 같아."






참고문헌

라이트, A. (2008). 왼손이 만든 역사. 말글빛냄.

김희정. (2018). 문화가 왼손잡이에 대해 말해주는 것. 캘리포니아 대학교 뉴스.

심재율. (2017). 왼손잡이 결정은 척수가 한다. 과학타임즈.

정혜연. (2022). 왼손잡이 천재보다 오른손잡이 천재가 더 많다.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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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0 08: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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