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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큰아버지 친구의 도넛가게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찰리. 나이는 33세, IQ 70의 지적발달장애인이다. 찰리는 도넛가게 직원들과 원만히 교우하며 지내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지능이 더욱 높아지기를 갈망한다. ‘내가 더 똑똑해지면 사람들과 더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찰리는 어떤 뇌 실험에 참가한다.


실험의 목표는 뇌 수술을 통해 그에게 일반인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만 원래부터 그를 위한 실험이었던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시하기 전에 첫번째 ‘인간’ 실험 대상으로 찰리가 선택된 것뿐이다. 그전까지는 ‘앨저넌’이라는 이름의 실험용 흰 쥐에게 실험을 했었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앨저넌은 다른 쥐와 차원이 다른 지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찰리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실험은 성공했을까? 찰리는 얼마나 똑똑해졌을까? 그는 행복해졌을까?


위의 이야기는 대니얼 키스의 SF 소설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의 내용이다. 



똑똑해지면 행복해질까?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찰리는 똑똑해졌다. 그가 쓴 경과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맞춤법과 문장 구조가 눈에 띄게 나아졌고, 자기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인지와 서술도 더욱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찰리의 학습 능력과 속도는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훨씬 더 높고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지능은 IQ 185까지 치솟고, 찰리는 자신이 수술 대상이었던 바로 그 뇌 실험에 대해 연구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똑똑해진 찰리는 행복해졌을까? 찰리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에 다다랐을까?

아는 것이 많다는 게, 지식과 지능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

 

난 아프다. 몸이 아픈 게 아니라, 가슴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주먹으로 맞은 것 같기도 하면서, 가슴 앓이도 하는 것 같다.’


찰리는 분노를 경험한다. 지능이 높아진 찰리는 더 이상 자신을 놀리고 비웃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웃어보이지 않는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졌다. 찰리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도넛 가게 직원들이 자신을 친구로 대하던 것이 아니라 우습고 만만한 존재로서 따돌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찰리는 이내 세상 전체에 대한 분노와 의심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찰리의 지능이 높아진 것을 환영하지 않았다. 축하와 응원도 잠시, 그들은 높아진 찰리의 지능을 통해 오히려 자신들의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서서히 사람들은 찰리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찰리는 고독해졌다. 이제 아무도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치게 똑똑한 찰리는 그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찰리는 이제 모든 과거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해석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들은 그를 마냥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지능이 낮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움을 느꼈다. 실제로 버림을 받은 찰리는 그의 인생 목표를 오직 지능을 높이는 것으로 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천재가 되어가며 찰리는 분노와 지적 퇴행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인격의 분열과 냉소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심지어 그는 과거의 자기 자신과도 적이 되어버렸다. 그는 지능 외의 모든 것을 잃었다.


사실 찰리의 목표는 지능을 높이는 데 있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사랑’이었다. 엄마의 사랑,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었다. 사랑받기 위해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었을 뿐이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사람들보다 높은 자리가 아니라, 타인들이 있는 바로 그곳이었다.



웩슬러 지능검사 K-WISC-V


웩슬러 지능검사는 지능 검사 중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사다.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지능은 정규 분포 곡선을 따른다. 이 말은 다시 말해 평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고, 평균값에서 멀어질수록 그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웩슬러 지능 검사에서 지능의 평균 수치는 100이다. 즉, IQ 100은 결코 낮거나 열등한 수치가 아니다.


                    라인, 그래프, 도표, 경사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웩슬러 지능검사 정규분포곡선

아닌 게 아니라, 위 그래프에 표현되었듯이 전체 인구 중 68.2%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지능 수치는 85~115 사이에 분포한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IQ 130, 140은 100명 중에서 상위 2등에 해당할 정도로 흔치 않고, 매우 획득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웩슬러 지능검사, 즉 IQ 검사의 목적은 지능 자체를 정성적으로 평가하기보다도 ‘비정규적인’ 분포의 사람들을 구별하는 데 있다. IQ 85 미만 혹은 IQ 115 초과는 그 자체로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범위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그들의 지능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특수학교 또는 영재학교는 그 대상은 다를지라도, 목적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외로움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이다.


웩슬러(1944)는 지능을 ‘개인이 목적에 적합하게 행동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지능과 학습능력은 엄밀히 따지면 다른 것이다. 물론 지능이 높으면 공부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지능이 높다고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지능이 낮다고 무조건 공부를 못한다고 말할 수 없다.


웩슬러는 지능을 총체적인 개념으로 생각했을 뿐 아니라, 특수한 능력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웩슬러 지능검사에서는 전체 IQ 수치가 산출되어 개인의 전반적인 인지능력(총체적인 개념)을 알아볼 수도 있고, 언어이해∙지각추론∙작업기억∙처리속도 등 각 지표 별, 소검사 별로 산출된 수치에 따라 개인의 특수한 능력을 개별적으로 알아볼 수도 있다. 즉,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전반적인 능력 수준을 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인지적인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개별적인 능력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일상생활에서 발휘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웩슬러 지능검사의 결과는 개인의 인지 능력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결코 단독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석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해석상담이란 심리검사 결과에 대해 내담자(혹은 수검자) 또는 내담자의 보호자에게 설명을 해주고, 그것의 의미를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경험이나 상황, 어려움 등과 연결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각종 기록과 면담을 통해 확인된 병력, 심리∙사회적 개인사, 직접적인 행동관찰, 검사 점수와 같은 양적 자료, 검사 수행의 질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과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부여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의 임상심리학자가 심리 검사의 권위자이다.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은 대학원에서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3년(3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받아야만 취득할 수 있다.

 


지식은 우정을 대신할 수 없어


이윽고 찰리는 수술과 실험의 부작용으로 지능이 상승했던 것과 같은 속도의 퇴행을 경험한다. 찰리는 모든 기억을 잃어갔다. 아무도 없는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찰리는, 그만큼 더 낮고 깊은 심연 속으로 떨어져 끌려들어 갔다. 그곳에서 또 경험하게 될 외로움과 고독에, 찰리는 두려웠다.


제발… 일꼬 쓰는 법을 이저버리지 안캐 해주세요…’


<앨저넌에게 꽃을>은 지능이 낮은 찰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무언가를 욕망하고, 성취하고, 또 무언가를 상실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위만 바라보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내리막에 들어섰을 때, 두려움에 사로잡혀 손을 꽉 쥔 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어느 쪽이든 그는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IQ 180의 지능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있었다.


                                      지식은 우정을 대신할 수 없어. 너를 잃을 바엔 차라리 바보가 될래.

스폰지밥, 지식은 우정을 대신할 수 없어. 너를 잃을 바엔 바보가 될래.”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함께하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부모와 자녀, 연인과 연인, 친구와 친구 등 사람들과의 인연과 정(情)에서 충족감을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참된 관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관계는 하나의 ‘사람’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해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인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않은 채 남겨두는 마음, 곧 사랑일 것이다.

                                               앨저넌에게 꽃을

 




*참고 문헌

1) 대니얼 키스. (2017). 앨저넌에게 꽃을. 황금부엉이.

2) 유지연, “지능지수가 두 자리인데 평균이라고요?”, 정신의학신문, 2020.06.18,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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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5 08: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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