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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 <오징어 게임2>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진=다시 시작된 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오징어 게임 시즌2 │ 넷플릭스 캡처 화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거대한 심리학 놀이터이다.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넣으면, 인간 본연을 확인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실험은 계속되었다.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은 채, 2024년 12월 26일 <오징어 게임2>로 돌아왔다.

 

게임의 주제는 단순히 ‘살아남으면 돈을 가질 수 있다’이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을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부제가 숨어있다. 이 독한 게임을 멸하기 위해서, 우승 전적이 있는 성기훈(이정재)은 게임에 다시 참가한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단연코 기훈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그가 궁금하지 않다. 그가 “이 게임을 해봤”기 때문이다. 전작을 통해 우리는 그가 우승하기까지의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관망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떤 자세로 게임에 임하는지는 일절 관심 없다. 그는 좋은 의미에서 분명하고, 나쁜 의미에선 식상하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즌에는 그에 걸맞은 인물이 필요했다. 전작에서 특별출연했던 프런트맨(이병헌)을 필두로 다양한 인물이 서사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무식하면 용감할까?



그럼에도 우리는 기훈을 주목해야 했다. 인물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지만, 그의 행동이 결국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의문점은 그에게서 비롯된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장면을 떠올려보라. 대부분 그의 행동에서 시작된 사건일 것이다. 특히 O팀과 X팀이 대치하던 중, 기훈을 비롯한 X팀 일부의 총구는 O팀이 아닌, 주최 측을 향했다.

 

그는 ‘혁명에는 희생이 감수한다’는 명제를 당위로 착각한다. 자신과 뜻을 도모하지 않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쩔 수 없이 방관한다. 자신에게 협력하지 않으면, 비록 X팀의 인원이 죽어갈지라도 잠자코 기다린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적확히 실현한다. 그 게임을 한 사회로 치환한다면, 456명 중 1인의 목숨은 상당히 큰 수로 체감된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물론 기훈이 처음부터 일관된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그는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신원을 밝힌다. 아직 게임의 방식을 자각하지 못한 다른 참가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행동이다. 그가 “얼음!”을 외치면, 모두가 멈췄다. 무사히 통과한 사람들은 저마다 그를 향한 시선이 바뀐다. 어떤 이들은 그를 옹호하고 따르나, 또 다른 이들은 그를 이용하려고 한다. 전작을 학습한 시청자들은 그를 따르는 인물들이 어리석어 보인다. 썩 똑똑한 인물은 아닌데, 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게임이 미궁인 참가자들에게는 기훈은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공간에서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만큼의 정보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게임에서 필연적으로 권력자가 될 운명이었다. 동시에 이때부터 그는 ‘우매함의 봉우리’에 빠진다. 주로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이 용어는 ‘더닝-크루거 효과’와 연결된다. 이는 ‘무지한 사람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에도 무지하기에 자신을 크게 과대평가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되레 자신을 다소 과소평가한다’는 이론이다. 단편적으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속담과 상통한다.

 

기훈은 더닝-크루거 효과의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다. 그 게임 안에서 그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다. 전반적인 게임의 규칙과 흐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도 알다시피, 그는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따라서 그는 게임 안에서는 지식이 많기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에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첫 번째 게임과 달리 두 번째 것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달랐기에 점차 소침해진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와의 대항에서는 격파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 그 결과, 영웅 놀이는 어떻게 되는가.

 


얼음과 도끼



장시간의 총격전은 마지막 회에 다다라 마무리된다. 오영일에서 프론트맨으로 모습을 바꾼 황인호는 “영웅 놀이는 재미있었나”라고 물으며 총구를 겨눈다. 그 가늠좌는 기훈이 아닌, ‘정배(이서환)’였다. 기훈의 놀이의 대한 대가는 가장 친한 친구의 목숨이었다. 결국 그의 시도는 무자비한 희생만을 안은 채 수포가 되었다.

 


혹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리에 사람이 먹힌 경우를 종종 보았다. 모두를 살리기 위한 “얼음”은 다른 사람들의 사고를 얼려버렸다. 이윽고 절멸의 주문이 되고야 말았다. 그는 하나의 목표를 상정해 맹목적으로 달리기에 앞서, 잠깐 멈춰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얼음”이라고 외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오징어 게임2>에 대한 혹평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황동혁 감독에 따르면, 시즌 2와 시즌 3을 동시 제작했는데, 한 시리즈가 너무 길어질 것을 우려하여 두 시즌으로 쪼개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이번 시즌에는 소위 떡밥이라는 것을 회수하긴 어려웠고, 특정 인물의 비중은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결말부에서 해결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주한 낭패이다.

 

그렇기에 어찌 되었든, 우리는 다음 시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놀이터에서 할 수 있는 행위는 과연 놀이뿐일까. 영웅 놀이에선 영웅이 나타나지 못할까. 혹은 영웅이 되기 위한 과정일까. 모든 것에는 상응하는 의도가 있었을까. 그때까지 각종 의구심은 잠시 얼려둘 필요가 있다. 비판은 도끼는 그때 내려쳐도 늦지 않다.

 

* 참고 문헌

1) 김현우. (2020). 정치적 무지에 대한 무지 : 더닝-크루거 효과를 통한 정치 지식의 재맥락화. 경희대학교 대학원, 서울

2) 스포츠한국 [Website]. (2025). 황동혁 "'오징어 게임2' 전 과정에서 엄청난 감정의 롤러코스터 겪어" [인터뷰]

https://sports.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689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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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7 0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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