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욱
[한국심리학신문=신용욱 ]
최근 SNS와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짱구풍’ 또는 ‘지브리풍’의 이미지로 변환된 사람들의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ChatGPT와 연동되는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만화 스타일로 바꾸는 방식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나도 해봤다”, “프로필 사진 바꿔야겠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단순한 유행 이상의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왜 자신의 모습을 ‘짱구’나 ‘지브리 캐릭터’로 바꾸고 싶어 할까?
나를 창조한다: 자기표현 욕구의 확장
현대인의 SNS 사용은 ‘자기 브랜딩’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실사 사진이 아닌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이미지는 타인과 차별화된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지브리나 짱구와 같은 익숙한 캐릭터 스타일은 사람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독창적인 정체성을 부여한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가 제시한 ‘자기실현의 욕구’는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독창성을 표현하려는 동기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를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하며 온라인 상의 ‘또 다른 나’를 구축하고 있다.
‘함께 한다’는 안도감: 사회적 소속감과 유행 동조
SNS 상에서 유행하는 챌린지나 밈(meme)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소속감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AI 이미지 변환을 통해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이유 중 하나는 '나도 하고 있다'는 느낌, 즉 사회적 동조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심리학자 솔로몬 아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은 사람들이 집단의 의견이나 행동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른 이들이 변환된 캐릭터 사진을 올릴 때, 개인은 무의식적으로 '나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된다. 이는 SNS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좋아요’나 ‘댓글’ 같은 사회적 보상 또한 큰 동기부여가 된다.
유년기의 회귀: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
지브리 영화나 짱구는 많은 사람들이 유년 시절에 접했던 콘텐츠다. 자신의 모습을 그러한 스타일로 변환하는 것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무의식 속에 자리한 향수(nostalgia)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향수는 긍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 자기 정체성 강화에 기여한다. 짱구나 지브리 캐릭터로 표현된 자신은 어쩌면 "그때 그 시절의 나"와 다시 연결되려는 감정적 시도일 수 있다.
놀이와 상상력: ‘나’를 활용한 창작의 재미
사진을 예술 작품처럼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인간의 기본적 창의성 욕구를 만족시킨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몰입(flow)’ 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은 대체로 자발성과 창의성을 수반한다. 이러한 이미지 변환 행위는 사용자가 창작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하고, 몰입의 경험을 제공한다.
AI로 나만의 짱구 캐릭터를 만든다는 행위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자기 주도적 표현과 창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윤리적 고려는 필요
이러한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저작권 침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AP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모델이 스튜디오 지브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스타일을 무단으로 학습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시 와이겐스버스 변호사는 "동의 없이 해당 작품의 스타일이 학습되고 사용된다면,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들이 AI를 활용할 때에도 저작권과 초상권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책임감 있는 사용이 필요하다.
맺음말
자신을 캐릭터로 재창조하는 것은 현대인의 정체성 표현, 유대감 추구, 창의적 욕구의 발현을 모두 아우르는 심리적 현상이다. 기술은 이를 보다 쉽게 가능하게 했고, 사람들은 디지털 공간 속에서 ‘진짜 나’ 혹은 ‘이상적 나’를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저작권, 윤리, 정체성의 진정성 문제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시점이다. ‘나를 닮은 짱구’가 단순한 재미를 넘어 나에 대한 깊은 심리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출처:
경향신문. (2025.03.28). AI가 만든 지브리풍 내 사진, 저작권 괜찮을까?
네이트 뉴스. (2025.03.31). 짱구 스타일 내 얼굴… SNS 달구는 AI 이미지 놀이
AP통신 보도 요약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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