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욱
[한국심리학신문=신용욱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기각 혹은 각하를 주장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각각 3월15일 경복궁과 3월1일 광화문에서 열렸다.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기록되며,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탄핵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첨예한 갈등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 심리적·정서적 층위에서의 극단화를 드러내고 있다. 본 기사는 이번 사태를 심리학적으로 조망하고, 우리가 마주한 이 ‘국민 분열’의 본질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 찬성파의 심리 ― “정의와 책임에 대한 갈망”
탄핵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논의하고 실행을 검토한 것을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의 행위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주장하며, 법치주의 회복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권력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심리학적으로 이들은 '정의 지향적 가치관'과 '사회적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서는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에서 비롯된다. 이는 공동체의 규범과 가치가 위협받았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이다 (Festinger, 1957).
탄핵 찬성파는 종종 공동체 전체의 도덕 기준이 훼손되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이로 인해 체제를 바로잡고자 하는 강한 집단적 행동에 나선다. 이들의 정치적 행동은 단순한 지지 또는 반대를 넘어서, 정의 구현을 통한 심리적 복원력을 추구하는 집단 심리와 연결되어 있다.
■ 반대파의 심리 ― “불안한 시국, 안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탄핵을 반대한 시민들은 대통령의 비상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이들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좌파 야당의 정치적 음모'로 인식하며, 탄핵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 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탄핵 사태로 인해 국가가 혼란에 빠지고 있으며, 리더십의 공백이 더욱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표출한다. 이러한 반응은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과 불확실성 회피 성향(intolerance of uncertainty)으로 설명된다.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체제가 유지되는 데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
또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는 그를 심리적 대리자(psychological proxy)로 동일시한다. 이 경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곧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어, 더욱 격렬한 방어와 집단 응집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은 정치 지도자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려는 무의식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인지부조화와 심리적 극단화: 갈라진 대한민국
이번 탄핵 정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찬반 양측 모두가 스스로의 신념을 강화하며 상대의 의견을 철저히 배척한다는 점이다. 이는 Festinger(1957)의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에 대한 방어기제로 설명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상반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거나 배제하는 것이다.
찬성 측은 법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느끼며 “법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없다”는 신념을 강화한다. 반대 측은 탄핵 과정을 "정치적 사냥"이라고 규정하고, 기존의 신념 체계를 고수하며 타 집단을 적대시한다. 이러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개인의 사고를 더 극단화하며, 사회 전체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SNS와 유튜브를 통한 정보 소비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며,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를 가속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갈등은 물리적 충돌을 넘어서 심리적 대립으로 확장되고 있다.
■ 심리적 후폭풍: 분열된 공동체의 치유를 위하여
헌재 결정 이후 서울 도심에서는 찬반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으며,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시민들 사이의 적대감은 극단적인 언행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반응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심리적 피로감, 소속감의 상실, 정체성 혼란을 반영한다. 심리학자 이지현 박사(서울심리상담센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통령 탄핵은 단지 정치 지도자의 실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희망과 믿음의 붕괴입니다. 이런 사건은 국민의 심리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집단 심리 치유와 갈등 완화 전략이 절실하다. 지역사회 기반의 회복 프로그램, 공론장 형성, 갈등중재 전문가의 개입 등 심리학적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 결론: 통합과 회복을 위한 심리학적 대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법적, 정치적 사건을 넘어서 대한민국 국민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의 확대가 아닌, 공감과 성찰,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한 심리적 전환이다.
우선, 정부와 시민사회는 상호 존중 기반의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나 계층을 초월하여 안전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있어야 국민들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동시에 언론은 자극적 보도보다 심리적 안정과 통합에 기여하는 정보 제공을 책임져야 한다.
둘째, 교육 현장과 커뮤니티에서는 '갈등해결 교육과 공감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과 감정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은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필수적이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는 대중정서 회복을 위한 '심리방역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팬데믹 이후 제안되었던 감정돌봄 체계와 유사한 것으로, 국가 차원의 심리상담 지원, 치유 캠페인, 갈등 중재 전문가 양성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갈등을 넘어서 통합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심리학은 이 상처를 이해하고, 회복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왜 그들은 그렇게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진정한 치유와 통합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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