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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하연 ]


“너무 예뻐서 저장했어요.”
“진짜 지브리 그림인 줄 알았어요.”


요즘 SNS를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보게 되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AI가 만들어낸 지브리풍 이미지, 감성 가득한 골목 풍경, 몽환적인 캐릭터 일러스트다. 어디선가 본 듯한데 낯설고, 실제 같지만 현실이 아닌 그 이미지들에 우리는 점점 더 강하게 끌리고 있다. 왜 사람들은 AI 생성 이미지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그리고 그 열풍 뒤에는 어떤 심리가 숨어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의 한 장면을 챗GPT를 통해 지브리화 한 결과물. 넷플릭스. 챗GPT


감정을 흔드는 이미지, 그리고 몰입

– AI는 어떻게 감정까지 설계하는가


사람들이 AI 생성 이미지에 이토록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그 이미지가 감정을 자극하고, 몰입을 유도하며, 때로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내면 깊은 곳의 감성을 흔들기 때문이다.


2024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건축 이미지조차도 사용자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같은 공간을 AI가 다르게 재구성한 이미지들을 보여주었고, 참가자들은 공간에 대한 정서적 해석이 달라졌다고 보고했다. 즉, 단순히 형태나 색감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설계한 이미지가 인간의 감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미지 소비 경험의 몰입도와 감정적 반응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특정 이미지에 빠져들고, 그 속의 분위기나 감정에 동화되며, 그곳에 가고 싶다 거나 나의 감정 같다는 감성적 동일시를 경험한다.


나를 비추는 프롬프트 

– AI 이미지 속 ‘심리적 투사’


AI 이미지의 시작은 ‘프롬프트’다. 그 문장 안에는 사용자의 취향, 감정 상태, 욕망, 이상적인 풍경이 모두 담긴다. 예를 들어 “따뜻한 저녁 햇살이 비치는 오래된 골목, 고양이가 졸고 있는 장면”이라는 프롬프트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다. 그건 사용자가 보고 싶은 감정, 느끼고 싶은 분위기, 머물고 싶은 세계를 말로 표현한 것이며, AI는 그것을 시각화 해준다. 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을 ‘투사’라고 부른다. 즉, 인간은 자신의 내면 상태를 외부 대상에 입히고, 그 결과물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AI 이미지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남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온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서적 몰입이 훨씬 깊다. 


융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상’과의 대면이라고도 말한다. AI 이미지 속 풍경이나 인물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존재, 내가 머물고 싶은 정서적 상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완성형으로 돌아온다. 사용자는 불완전하게 감정만 느끼고 있던 상태에서, 그것이 ‘그림’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될 때 정서적 해소와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이것은 일반 콘텐츠 소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자기 감정의 외화에 해당한다. 


야외, 식물, 페인팅, 집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AI 이미지가 불러오는 인식 혼란


AI 생성 콘텐츠의 기술은 이제 사진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교하게 구현된 이미지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온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시각적 기준’을 무력화시킨다.


2024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연구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을 실제 사진보다 더 진짜 같다고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 차이는 나이나 디지털 경험 여부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즉, AI 이미지가 우리의 지각 체계를 속일 정도로 사실감 있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시각적 착각을 넘어서 심리적, 사회적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AI 콘텐츠가 현실 판단력을 흐리고,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기준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짜 뉴스, 이미지 조작과 결합할 경우, 우리는 내가 본 것은 사실이라는 믿음은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감정은 진짜다. 그렇다면 이미지도 진짜일까?


우리는 지금, AI가 만든 이미지 속 세상에 감정을 투사하고, 감동을 느끼고 있다. 그 감정은 가짜가 아니다. 실제로 마음을 움직이고, 기억에 남으며, 때론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이미지가 진짜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가? AI가 만들어낸 감성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치밀하게 설계된 것이다. AI 이미지가 바꾸는 것은 화면 속 세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각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Frontiers in Psychology. (2024). Emotionally engaging architecture: The impact of AI-generated images on users’ emotional perception. Frontiers in Psychology.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

  2. Nature Human Behaviour. (2024). Humans perceive AI-generated images as more realistic than real photos. Nature Human Behaviourhttps://www.nature.com/nathumbeh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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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22 08: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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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o_mazing2025-04-30 22:44:35

    SNS를 보면, 본인의 진짜 모습과는 심하게 괴리가 있을 정도로 자기 사진을 보정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습니다. 그 정도가 심한 사진들은 불쾌감까지 주었는데, 그렇게 보정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이번 AI 사진 변환 유행이 보정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모습을 원하는 심리를 잘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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