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카페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 - 백조처럼 우아하게, 숨어있는 발은 진땀 나게
  • 기사등록 2021-07-01 11:40:02
  • 기사수정 2021-07-10 11:01:01
기사수정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치료를 하다 건강문제로 귀촌해 카페와 꽃집을 창업해 운영하면서 경영에 대한 남다른 접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아버지의 사업운영방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온오프라인 카페 매장 운영 및 로스팅 공장 운영 실무를 보고 있으며, 동시에 각종 서적과 경영컨설턴트 출신인 남편을 통해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카페 운영에 대해 경영학적 접근만이 아닌 심리학적 관점을 더한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남편과 나는 24시간 일한다. 업장의 업무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10시까지 평균 14.5시간 근무다. 식사시간에는 밥 먹으면서 회의하고, 고된 하루에 지쳐 거실 바닥에 다 같이 드러누워 스트레칭하면서 토론한다. 자다 깨 문득 생각난 업무는 서로의 카톡에 남겨둔다.  자신만의 우아한 카페를 꿈꾸는 이들이 그리는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심리적으로 무너지면 답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7만 개의 카페 천국이다. 편의점보다 많은 카페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매달 신메뉴를 개발해야 하고, 개발한 신메뉴의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해야 한다. 이번 시즌 메뉴가 잘 팔리고 있을 때 미리 다음 신메뉴 개발에 들어가야 늦지 않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나 판매 소품에도 조금씩 변화를 줘야 계속해서 고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 카페는 식당과는 다르다. 식당은 20년 전 그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 추억과 손맛을 기억하기 위해 다시 찾지만, 카페는 감성과 문화적인 공간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한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투자되지만 평균적으로 이익률은 그대로다. 카페의 폐업률은 치킨집보다 높다. 그만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끝도 없이 새로운 것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아무리 오뚝이 같은 사람일지언정 대체 어떻게 이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한 번은 남편이 내게 묻기를, “너는 무엇으로 일의 결과를 평가하느냐” 고 했다. 매출인지, 사람들의 반응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 둔 기준이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결과물이 있어도 전혀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지. 대체 그 끝도 없는, 포기를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나와 내 일에 대해 평가해 본 적이 없다. 나를 평가하는 잣대는 어차피 타인이 만들어놓은 기준이다. 타인의 시선이 나를 질타하거나 칭찬한다 해서 내 목표나 나라는 인간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성공은 어차피 통계적 산물이다. 통계적으로 시도하는 일들의 10% 정도가 성공하고, 크게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그보다 10배 넘는 시간의 고생길과 끝없는 시도로 가득 차 있다. 박진영은 늘 성공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작곡한 곡 중 히트 친 곡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끝도 없이, 수도 없이 노력하고 시도하는 가운데 잘 된 것들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다. 하고 또 하면 성공의 결과물들이 쌓여간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것들은 곧 ‘나’ 혹은 브랜드를 만드는 주축이 된다. 짧은 시간 내에 내 성취를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실패한 것들도 길게 보면 내 역사가 된다. 오늘 당장 벌어 이달 생활비를 버는 것이 내 매장 운영의 목표가 아니라, 60년은 더 살아야 하는 내 인생의 먼 목적을 보고 오늘을 사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 희열을 느끼느냐”라고 물었다. 결과를 평가하지 않는데 어디서 성취를 얻고 그것이 끝나기도 전에 또 새로운 것을 쉼 없이 시도하는 힘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과정 자체가 희열이다. 생각하던 것을 실제로 해보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것, 그 목표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체가 놀이이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멋있어 보이기 위해, 비싼 차를 타기 위해 일한다면 성공하지 못한 90%의 시도는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차고 말 거다. 과정엔 집중하지 않고 결과만 나오길 기대하고 있으면 대체 누가 성공할 수 있을까. 

전체를 놓고 보면 성공확률이 10% 이지만, 시도하는 횟수가 누적될수록 처음보다는 나중에 성공확률이 높아지리라는 믿음은 있다. 아직은 내가 가진 것도 없고 부족한 시기인지라, 확률을 높이는 날이 빨리 오게 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자주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메뉴 개발과정을 보고 우리 팀원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는 매일 끝도 없이 신메뉴가 나오네요”

우리는 매일 신메뉴를 연구하고 끝도 없이 만들어보지만 소비자의 시선에서는 두 달에 한 번 괜찮은 신메뉴가 나올까 말까 한다. 그중 출시 못한 메뉴들을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하면 재료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좌절하고 우울해질 뿐이다. 나는 이 누적된 경험들이 앞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지친다. 계속해서 반복적인 일들을 하고 있으려면 무한 수레바퀴 위에서 페달만 영원히 밟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겁이 덜컥 날 때도 있다. 그럴 때 한 번씩 매출 및 순이익을 점검해본다. 원재료 가격이나 재고, 초과인력 등으로 새는 돈은 없는지, 이익이 나지 않는 상품이 있는지, 현재 판매되는 상품 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추가적인 아이템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시도해보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카페가 유행 일리도 없고, 카페만 평생 하고 살 수도 없다. 메인 상품 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위해 유통하는 상품들, 심리학을 베이스로 뛰어다니는 교육이 나를 더 공부하게 만들었고 확장된 영역을 다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을 통합해 더 큰 브랜드를 만들게 되리라 믿는다. 코로나 이후 시장의 성격이 너무나도 달라졌다. 많은 것을 준비해 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현실이 되어간다. 전체 카페 시장은 반토막이 났고, 도매와 소매를 모두 잡고 있는 우리는 일이 적어지니 시간이 남을 듯 해 또다시 새로운 일들을 벌이고 있다. 이는 또다시 투자, 공부로 이어지지만 심리적으로 주저앉아있지 않으려는 우리만의 방식이다. 인생은 평생 공부이니까.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589
  • 기사등록 2021-07-01 11:40:02
  • 수정 2021-07-10 11:01:0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