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사람들은 ‘뭣도 모르는 어린 시기’에 자신감이 가장 넘치는 시기라고 흔히들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과연 자신감이 가장 높은 시기는 어릴 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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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림을 못 그려도 펜을 쥐면 나는 화가가 될 수 있었고, 글을 쓰면 작가가 될 수 있었고, 공을 잘 못 차도 축구공을 잡으면 축구선수였습니다. 노래도 못 부르지만 가수를 꿈꿨고, 초등학교 수준의 피아노로 피아니스트를 꿈꿨습니다.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감이 가장 높은 시기는 어린 시기가 아닙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란 무능한 사람들이 종종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능력이 없을 때는 환영적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을 때는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것 또한 더닝 크루거 효과입니다.
위 그림은 이 효과를 아주 간결하게 정리해줍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무지의 상태에서는 ‘모른다’고 인정을 하는데, 조금만 알게 되면 자신감이 높아지곤 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알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전문가의 수준이 되고 나면 다시 자신감이 상승합니다. 약간 알던 상태, 즉 위 그림의 ‘Mt. Stupid’의 상태에서의 자신감을 뛰어넘으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앎이 필요합니다.
필자는 이 현상을 어렸을 적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Child’s hill
Child’s hill은 사람의 성장 과정을 더닝 크루거 효과에 빗댄 재미있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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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를 ‘Mt. Stupid’의 상태라고 주장하는 건 너무 비약이라는 말도 있고, 아이들의 자신감에는 순수성 등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지적 수준은 더닝 크루거 효과의 곡선과 꽤 밀접할 수 있다고 필자는 추측합니다. 어릴 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은, 내가 그 ‘무엇’에 대해 조금은 알지만 그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지, 어떠한 방법으로 그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에 대한 무지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사회가 어떤지를 실질적으로 많이 깨닫게 되는 사회초년생의 나이 20대, 30대에서는 의외로 내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높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지하는 순간’일 겁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자신이 모르는 게 많고 부족한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될 때’로, 지혜로워지는 출발점입니다. 그걸 깨닫고 나서 ‘앎’을 지속하게 되면 내가 지나온 길에 대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존감이 가장 높은 60대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Psychological Bulletin이 191개의 논문을 분석한 학술지는 평균적으로 사람들의 자신감 혹은 자존감이 중년기, 즉 60대에 가장 높다고 밝혔습니다. 논문은 중년이 많은 성인에게 관계와 일과 같은 영역에서 아주 안정적인 생활환경이라고 말합니다. 70대 이후로는 약간의 감소가 있지만, 정말 ‘약간’임을 강조하죠. 더닝 크루거 효과를 접목하면 ‘관계’와 ‘일’에 대해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전문가의 영역에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기사
<출처>
Orth, U., Erol, R. Y., & Luciano, E. C. (2018). Development of self-esteem from age 4 to 94 years: A meta-analysis of longitudinal studies.Psychological Bulletin, 144(10), 1045–1080. https://doi.org/10.1037/bul0000161
Carrie Madormo, “This Is the Exact Age When the Average Person Is Most Confident”, 「THE Healthy」, 2021-01-04
Ulf Ehlert, “The Dunning-Kruger effect in innovation”, 「Unverstanding Innovation」,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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