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은
[The Psychology Times=전예은 ]
당신은 살면서 적어도 최소 1번의 거절을 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부탁, 제안, 혹은 고백에 대해 거절의 경험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절을 당하면 절망하거나 기분이 상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이것에 대해 과잉반응하는 경향성은 문제로 대두된다. 이를 '거부민감성'이라 하는데, 거부민감성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거치며 타인이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 아니라, 애매모호한 여지를 남겨두는 신호를 주었을 때 그것을 거절로 지각하고 거절에 대해 과잉반응을 하는 성격적 경향성이라고 한다. 가령, 타인에게 제안을 했을 때, 타인이 "그 제안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게."라고 반응했다면,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로 받아들여 분노하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거부민감성이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자신과 친밀하거나 자신에게 의미가 깊은 타인으로부터 거절당하거나 거부받을 것에 대해 미리 불안해하는 것이다. 즉, 아직 제안하거나 부탁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리 그 사람이 거절하거나 거부한 상황을 상상하고 예측하며 불안해하는 것이다. 둘째, 거절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단서들을 찾거나 실제로 거절을 경험했을 때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부민감성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거부민감성의 원인으로는 주로 유년기 양육자와의 관계와 경험이 언급된다. 부모가 자녀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잦아질 때 자녀는 거부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주로 모와의 관계에서 거부민감성이 형성되는데, 어머니로부터 자주 거부의 경험을 겪게 되면 자신이 늘 거부당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불가피한 거부를 직면했을 때 정상적인 반응 행동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부정적인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며 이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거부에 대해 방어 기제가 작용한다. 자신이 거부받을 것 같다고 느끼면 거부의 단서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타인을 극도로 경계하며, 이런 단서를 찾기도 전부터 조금이라도 신호가 보인다면 그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향은 객관적으로 보기에 중립적인, 즉 거부의 단서가 되지 못하는 단서나 상대의 애매한 반응 또한 거절 신호로 인지하며 상대방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왜곡해서 불안,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이 느끼는 부정적 정서는 거절에 대한 '분노'이다. 이들은 자동적으로 거절 후에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그들을 상처받게 하며 자기혐오에 빠져 자신을 싫어하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거절당한 직후 분노 혹은 분노와 불안을 함께 느끼게 된다.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상대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분노를 표출하며 공격 태세가 된다. 반면, 분노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은 가장 먼저 분노를 억제하려 하기 때문에 회피적인 성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회적인 관계에서 회피하거나, 자신에게 의미있는 대상에 대해 애정을 철회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한다.
환경적으로 거부민감성이 높을 수밖에 없이 커버린 독자들에게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당신은 거절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물론,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거절을 경험한다. 또한 이는 불가피하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당신이 영원히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를 향한 당신의 제안이 거절당했다고 해서 당신 자체가 거부당하고 부정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부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거절을 당하면 자신의 전부가 외면당하고 부정당했다고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취급을 받아서도 안되고 누구도 당신을 그렇게 취급할 수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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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보미 and 정남운. (2021). 어머니 양육 행동이 대학생의 외로움에 미치는 영향: 거부민감성과 분노억제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3(1), 39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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