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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진다연] 



“야, 너는 왜 이렇게 공감을 못하니? 공감도 지능이야.”

 

‘공감도 지능이다’라는 말, 앞선 예시처럼 주로 공격적으로 쓰이곤 하는 문장이다. 직관적으로 해석해보면, 공감을 못하는 사람은 지능이 낮은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충분히 논쟁이 일 법한 여지가 다분한 내용이다. 공감은 감성적인 영역에 가깝고, 지능은 이성적인 영역인데 애초에 둘이 같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인가? 

 




실제 심리학에서는 공감, 양심, 배려가 지능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이를 ‘정서지능’이라고 칭한다. 정서지능이란 미국의 심리학자 존 메이어(John Mayer)와 피터 살로베이(Peter Salovey)가 제시한 개념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점검하고, 그 차이를 변별하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해당 정서 정보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한편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는 공감을 “상대의 가치관 형성 과정과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렇듯 타인의 삶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는 정서지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고, 공감 능력도 일종의 정서지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능력이 필요한 ‘복합적 지능’의 영역이라 말할 수 있겠다.

 



공감 능력은 유전자가 결정하는가



타고나게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분명 있다. 그래서 인간의 공감능력은 유전자를 통해 물려지는 것이며, 우리 뇌에는 각각의 공감 회로가 일정하게 자리해있다는 주장이 수세기 동안 지배적이었다. <공감은 지능이다>의 작가 자밀 자키(Jamil Zaki)는 이 주장을 ‘로든베리 가설’이라고 칭했다. 이는 스타트렉의 제작자이자 작가 진 로든베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스타트렉:넥스트 제너레이션 시리즈에서, 은하계에서 가장 공감을 잘하는 심리상담사 디에나 트로이와. 전혀 공감 능력이 없는 안드로이드가 대조적으로 등장하는데, 로든베리 가설은 이 두 인물의 연출에 빗대어 그 주장을 설명해나간다.


로든베리 가설의 두 가지 가정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공감이 기질이라는 것이다. 기질이란 감정적인 반응과 관련된 성격의 측면으로, 공감이 기질이라는 말은 즉 공감은 하나의 성격이라는 뜻이다. 또한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변함없이 유지되는 하나의 특징이라고 가정한다. 두 번째는 공감이 반사작용이라는 것이다. 벌레가 어디선가 튀어나오면 대부분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하는 것처럼, 공감 또한 어느 순간이든 즉각적이고도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하나의 반사작용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반사작용이 표상하는 가장 큰 의미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즉, 공감을 할 수 있는지가 자기의지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로든베리 가설처럼,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은 꽤 오래, 많은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에 의해 진실로 여겨졌다. 자밀 자키는 이를 ‘심리학적 고정주의’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정주의는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한계 속에 가두었다. 그 단적인 예로 골상학을 들 수 있다. 19세기 까지는 과학으로 여겨졌던 골상학은, 각각의 정신적 능력이 신경 안에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상학자들은 두개골의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의 깊이로 자비심과 양심의 정도를 판단했다. 또 다른 예로, 골상학자 찰스 콜드웰은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의 뇌는 예속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사회의 계층 질서를 합리화시키는 것에 고정주의가 이용되기도 하였다. 과학으로써는 몰락한 골상학이, 그릇된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기는 탁월했던 것이다.

 

20세기 초 급격히 신경과학이 발전했음에도, 고정주의적 사고의 뿌리는 여전히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유년기에 급속히 발달하고 이후로 대부분 발달이 멈추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는 당대의 도구로는 성인 이후에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로 뉴런은 몸의 상처와 같이 회복되지 못하고, 노화나 뇌진탕에 의해 완전히 상실되며, 또한 신경회로는 고정되고 종결된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완전히 뒤엎을 연구 결과가 등장했다. 그 연구의 시발점은 바로 냉전이었다. 냉전 초기에 각 나라는 전투적으로 핵무기 실험을 진행하였으나, 1963년 핵실험금지 조약을 기점으로 모든 실험을 멈췄다. 그리하여 핵무기 실험으로부터 나오는 방사성탄소가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커스티 스폴딩 등의 뇌 과학자들은 C-14의 수치를 기반으로 세포 생성 연도를 측정하였고, 인간은 평생에 걸쳐 새 뉴런을 만든다는 획기적인 사실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해 뇌는 고정된 회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여러 MRI 연구들이 거듭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선택, 습관이 우리의 뇌를 빚어간다는 사실이다. 

 

앞선 과정을 통해 고정주의가 타파됨과 함께 등장한 ‘유동주의’의 주장을 바탕으로 로든베리 가설이 틀렸음을 후속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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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자밀 자키, (2021), 공감은 지능이다,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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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29 23: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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