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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양진서 ]



왜 우리는 죽음을 회피하는가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사실 죽음을 언급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기로 여겨졌다. 특히 현대인들은 죽음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말을 ‘돌아갔다’, ‘운명하였다’, ‘떠났다’ 등의 말로 대체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숫자 ‘4’가 ‘죽을 사(死)’와 음이 똑같다는 이유로 불운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처럼 일상에서 죽음을 배척하고자 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죽음을 마주하고 이를 받아들일 기회조차 없어지게 된다. 출생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죽음은 삶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따라서 죽음을 회피하고 금기시하려는 태도보다는 죽음과 마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죽음에 대한 연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Ross)’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쳤으며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1926년 취리히에서 태어났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폴란드 마이데넥 유대인 수용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수많은 사람을 보며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일명 죽음학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의 저서 에 말기 환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그의 초기작으로, 출판 당시 죽음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말기 환자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해 ‘죽어가는 환자가 겪는 다섯 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1965년 시카고신학대학원 소속의 네 명의 학생이 논문 작성을 위해 그녀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자 했고, 퀴블러 로스와 함께 환자들을 모집해 인터뷰를 실시했다. 2년 반 동안 진행되는 실험에서 이들은 2백 명이 넘는 환자들과 인터뷰했다. 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겪는 다섯 가지 단계는 무엇일까?

 



삶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기 위한 다섯 가지 단계



죽어가는 말기 환자의 첫 번째 심리 단계는 ‘부정(Denial)’이다. 환자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며, 자신이 아프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 단계에 처한 환자에게는 일상적인 대화를 건네는 것이 좋다. “어떻게 지내세요?”, “좀 어떠세요?”와 같은 말은 환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다음 단계는 ‘분노(Anger)’이다.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에 화를 내는 단계로, 해당 감정은 의료진, 가족, 자신에게 향한다. 분노가 신을 향하기도 한다.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일수록 신에게 크게 분노한다. 또한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어린 자녀가 있는 상황이라면 “왜 하필 지금 죽어야 하는가?”와 같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세 번째 단계는 타협(Bargaining)이다. 해당 단계에서 환자는 죽음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며, 신과 타협을 시도한다. 이는 생명 연장을 위한 타협이다. 분노에 대한 후회와 함께 새로운 시간과 인생을 애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삶의 마지막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생애 성찰 치료를 하기에 좋은 단계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화해와 용서를 하기 좋은 단계이다. 네 번째 단계는 우울(Depression)로, 스스로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단계이다. 해당 단계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며, 자신에게 더 이상 미래가 없음을 체감한다. 마지막 단계는 수용(Acceptance)이다. 이 단계에서 환자는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 단계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평온 속에서 맞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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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윤득형. 2021. 죽어가는 환자가 경험하는 두려움의 본질과 목회 돌봄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On Death and Dying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실천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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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3 07: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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