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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다혜 ]


좋은 기억 대 나쁜 기억. 우리의 뇌는 어떤 기억을 더 좋아하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 노력할까? 부정적인 기억이 강렬하게 느껴져 나쁜 기억을 더 잘 기억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생각을 더 오래 붙잡기 위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많은 노력을 한다.



흔히 말하는 ‘긍정 회로’가 정말 우리의뇌에 탑재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예전의 힘들었던 일들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에 그토록 힘들었던 일이 미화되고 우리의 추억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므두셀라 증후군’이라는 흥미로운 심리학적 현상이 숨겨져 있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기억 편향성이다. 우리는 종종 힘들었던 일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지우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한 TV 프로그램[1]에 출연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의 중학교 2학년 수학 성적을 알려주세요.” 이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다음 질문은 “여러분은 밤새도록 공부해 본 적이 있나요?”였다. 이 질문에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화의 희열 3 3회 방송 화면 캡쳐우리가 결국 기억하는 것은 학창 시절의 점수가 아닌 학창 시절 노력의 경험이라는 것을 위의 간단한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무리 실망했던 결과여도 우린 자신이 충실히 경험했던 그 과정으로 결과를 잊고 좋은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승인’과 연관된 기억에서도 므두셀라 증후군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성공했던 경험이나 칭찬받았던 경험을 강조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반대로 실패나 부정적인 결과는 비교적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있다. 학급 회장 선거에서 낙마한 기억보다는 당선된 기억이, 수학 시험에서 50점 맞은 기억보다는 100점 맞은 기억이 오래 남는 것도 나쁜 일은 빨리 잊고 좋은 일은 상대적으로 오래 기억하려는 우리의 성향 때문이다. 




우리는 나쁜 기억을 잊고 좋은 기억만 남기기도 하지만, 심지어는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기도 한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군대 이야기를 꺼내면 신이 나서 자신의 활약상을 말한다. 족구에서 극적으로 이기게 된 일화, 군장을 메고 험준한 산을 오른 일 등 군대에서의 일화는 숱한 무용담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군대를 다시 가고 싶냐는 질문에는 모두 하나같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들은 힘들었던 기억을 자신의 성취감과 연결해 좋은 추억으로 미화하였지만, 사실은 군대가 좋은 추억만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최신 유행어가 있다. ‘오히려 좋아.’ ‘오히려 좋아.’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 요소를 환기하는 밈(Meme)이다[2]. 경험과 예측치의 불일치로 인해 당황스럽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에 주목하여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우리의 사고 과정을 담은 말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말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자주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은 면만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될 수 있다. 자신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망각한 채 타인에게 긍정적인 결과만을 강조하면 반감을 사기 십상이다. 여기에는 므두셀라 증후군과 더불어 ‘회고 절정’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연관되어 있다. 


회고 절정이란, 노인들에게 전 생애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을 회고하게 하였을 때,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의 기억이 가장 많이회고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의 기억은 ‘열심’이라는 포장으로 힘들었던 일은 감춘 채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포장지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선물을 열었을 때 반감이 생긴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꼰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긍정 회로’ 덕분에 살면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고통을 스스로 희석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추억거리를 찾아 모험하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추억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참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도 분명 시련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함께 추억을 나누는 데 의의를 둔다면 당신이 ‘꼰대’라는 오명을 쓸 일은 없을 것이다. 


AJR의 ‘100 Bad Days 앨범

AJR의 노래 ‘100 Bad Days’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Hundred bad days Made a hundred good stories, A hundred good stories make me interesting a parties.” “100개의 나쁜 날들이 100개의 재밌는 경험담이 되고, 그 100개의 재밌는경험담이 날 흥미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지도 몰라.” 이 노래의 가사처럼 지금 당장의 나쁜 기억도 나중에는 추억이 되고 ‘심심풀이 땅콩‘이 될 날이 올 것을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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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쏘플 soso playlist,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 AJR – 100 Bad Days [가사/해석/변역/lyrics]>, 《YouTube》, 2021. 10. 17., <<a href="https://youtu.be/WuMjAQV-V0s">https://youtu.be/WuMjAQV-V0s>, 2023. 6. 18.

-이동귀,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경기도: 21세기북스, 2016.

-이하영, <‘나 때는 말이야~’, 꼰대도 심리적 현상이라고?>, 《The Psychology Times》, 2023. 3. 31., <<a href="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5936">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5936>, 2023. 6.18.

 

[1] 대화의 희열 3 3회(2021. 5. 27. 방송, KBS2)

[2] MZ 미디어 트렌드 사전 ‘오히려 좋아‘ 검색 사항 참고, (2023. 6. 18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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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20 17: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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