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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양진서 ]



프레임에서 제외된 수많은 사연




미장센, OST, 배우의 연기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의 서사’이다. 프레임이나 포스터의 중심에는 언제나 주인공이 있으며,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롱테이크 기법으로 주인공 ‘스코필드’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가 이동하는 <1917>, 10살 소년 ‘조조’의 시점에서 바라본 제2차 세계대전 말기를 그린 <조조 래빗>, 무인도에 갇힌 ‘척’의 고군분투를 담은 <캐스트 어웨이> 등 대부분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시종일관 주인공을 비춘다. 이에 이따금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조연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주변 인물들의 시점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미처 전해지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품기도 한다. 


주연을 우선으로 담으려는 카메라의 이동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남긴다. 러닝타임 동안 거의 비치지 않는 주변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관객들은 영영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시점만을 중요시하는 원칙은 비단 영화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주인공, 즉 ‘나’의 관점에서만 사고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역지사지의 태도나 배려심은 현대 사회에서 점차 잊혀가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이익이나 권리는 도외시한다.


현대 사회 속 구성원들은 저마다 각자가 주인공인 영화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자의 섬세한 시선’이다.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심리도 담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주인공 ‘어기’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동등하게 조명한 영화 <원더>처럼 말이다.




영화 <원더>가 세상을 담는 방식



사진 출처·다음 영화

<원더>는 안면기형 장애가 있는 주인공 ‘어기 풀먼’이 ‘학교’라는 더 넓은 세상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학교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원더>가 세상을 담는 방식은 어딘가 낯설고 특별하다. 이 영화는 어기를 비롯한 여러 인물 각각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된다. 주인공 어기의 시점을 시작으로, 그의 누나인 ‘올리비아’의 시점, 어기의 친구인 ‘잭’의 시점이 연달아 제시된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 남들과 다른 외모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어기의 고통만을 조명할 수도 있었지만, <원더>는 주변 인물의 남모를 속마음까지 관객에게 세심하게 전달한다. 


올리비아는 자기 가족이 어기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한다. 올리비아는 항상 어기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상황을 어릴 때부터 이해해야 했다. 부모님께 더 이상의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싶지 않아, 자신의 고민거리를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도 않는다. 그나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올리비아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외에도 영화는 어기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그의 엄마인 ‘이사벨’, 어기와의 우정과 그를 괴롭히는 또래 무리에서의 소속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친구 ‘잭’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라’ 극 중 주인공 어기의 대사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저마다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어기뿐 아니라 이사벨, 잭, 올리비아, 그리고 프레임 속에 담긴 다른 수많은 인물까지도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느라 타인 역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이제 마음속 카메라를 돌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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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다음 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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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01 19: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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