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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한희 ]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정에 온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심리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1930대에서 1950년 당시엔, 아이의 욕구를 지나치게 충족시켜주어서는 안되며, 잘 자라는 키스 대신 아이의 방에 불을 끄기 전 간단한 손인사를 해주어야 한다는 자녀 양육서가 부상했다. 현대 가정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나, 위생적인 이유로 해당 양육방식을 채택하는 많은 가정들이 존재했던 때였다. 이런 양육방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실험이 바로, 사랑의 본질을 보여준 해리 할로(Harry Harlow)의 가짜 원숭이 실험이다.

 


가짜 원숭이 실험


가짜 원숭이 실험은 미국 위스콘신대학 심리학과 교수였던 해리 할로의 애착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당시 원숭이를 데리고 실험을 진행하던 해리 할로는 부모로부터 격리된 원숭이들이 하얀 천 기저귀에 집착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영유아와 부모로부터의 분리를 강조한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새끼 원숭이들은 부드러운 접촉에 애착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해리 할로는 새끼 원숭이들의 방에

1. 철사로 된 몸통에 우유통을 달고 있는 대리모와

2. 부드러운 담요를 몸통에 덮고 있는 대리모를 

함께 두었다. 새끼 원숭이는 어떤 대리모를 자신의 부모로서 선택했을까? 원숭이들은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대리모가 아닌, 담요를 두르고 있는 대리모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는 우유를 먹고 난 뒤 재빨리 담요를 두른 대리모에게로 발을 돌렸다. 

 

현재 통용되는 실험 결과의 해석은 ‘아이와 부모의 유대관계는 본능’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유대관계는 먹이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십에서부터 충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아이가 부모에게 이끌리는 본능은 배고픔과 같은 생리적 욕구에서 기인된다는 사회 통념 속에서, 그러한 본능이 심리적 안정을 위한 것임을 알렸다.

 

특히, 여기서 해리 할로는 접촉 위안(contact comfort)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피부 간의 접촉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의미한다. 해리 할로의 실험에서 스킨십의 과학이 탄생한 것이다. 저명한 소아과 의사 윌리엄 시어스가 자녀들을 키울 때 애착을 강조하고, 부모들로 하여금 언제나 아이와 가까이 지내게 하고, 함께 잠을 자라고 주장한 것도 해리 할로의 산물이었다. 

 


스킨십의 본질 


이를 통해 우리는 아이가 부모를 찾는 것은 단순히 젖을 찾기 위함이 아니며, 접촉으로부터 얻는 감정과 안정감을 위함임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어린 나이에 얻는 감정과 안정감은, 앞으로의 성장 과정의 기반이 된다. 앞으로 맺을 수많은 관계는 이 기반에서 출발할 것이며, 관계의 깊이와 형태는 그 기반의 것에 따를 가능성이 상당하다.


다시 말해, 아이는 접촉을 통해 감정을 익히고 낯선 세상에서 안정감을 얻으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해리 할로가 탄생시킨 접촉 위안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아이에게 접촉은 단순히 피부가 닿는 게 아니라는 걸 세상이 느끼게 한 것이다. 

 


사랑의 본질 


이제 스킨십의 중요성을 아는 우리는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안아주어야 함을, 아이의 방을 나가기 전 사랑을 확인시켜주어야 함을 알고 있다. 위안을 줄 수 있는 자는 꼭 생물학적 부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 형제자매, 조부모 등 아이가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 누구라도 아이와 감정을 공유하고 안정감을 형성할 수 있다.


결국 위 실험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랑의 본질이다. 사랑의 대상이 무수하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와 어떤 관계인지가 본질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사랑의 본질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 기사를 읽고 집에 들어서면 당신이 어떤 관계이든. 아이를 한 번 더 꼭 안아주길, 아이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이수지. "원숭이 엄마를 찾아서." 가톨릭 평론 33.- (2021): 184-193.

로렌 슬레이터(2005),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조증열, 에코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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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17 08: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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