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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한희 ]


당신이 가장 안정감을 얻는 장소는 어디인가? 집이 될 수도, 카페가 될 수도, 서점이 될 수도, 혹은 자신만의 아지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공간을 접하면서, 각자의 경험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공간은 비로소 장소가 되며, 우리는 자연스레 개인 혹은 집단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 장소에 대한 호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기억이 부여된 장소는 우리와 장소 사이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장소 애착과 귀소본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렇듯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이 중대해지고 있다. 

 



장소와 애착


그렇다면, 장소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쉽게 말하자면, 그것은 인간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토론토 대학의 지리학 교수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는 인간이 장소와 유대를 맺는 건 심리적으로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며, 이는 자유, 책임, 안전 등의 욕망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이 욕구는 단순히 장소에 애착을 가지는 것을 넘어, 과거 호모 사피엔스 시대부터 현대 사회까지 생존을 가능토록 했다. 


홍익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방식에서 정착 생활을 하게 된 진화적 배경에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간을 경험하고 그 정보를 기억하는 지능의 발전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할 때 집단적으로 공유된 정보를 통해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장소에 대한 애착은 문화적인 가치로서 경험을 환기시키고,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원천으로서 의미를 얻게 된 장소는 집단의 감정을 결속시킨다. 즉 지금의 장소는, 공동체를 결집시키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개인 및 집단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소와 귀소본능 


다시 먼 옛날로 돌아가 보겠다. 과거 수많은 부족들은 생산주기를 바탕으로 전에 전에 머문 적이 있는 공간으로 되돌아가는 등 ‘귀소본능’을 실현했다. 이전에 머물며 획득한 공간 정보를 통해 식량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감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화심리학적 구조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식량의 생산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감성적인 욕망으로 남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익숙한 공간으로 가려 하는 귀소 감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SNS에서 본 식당이나 가본 적 있는 지역, 많이 들어 본 나라에 놀러 가고 싶었던 경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장소에 더 호감을 느끼고 가고 싶어 함을 알 수 있게 한다. 

 

 

나만의 장소


필자의 첫 기사에서 언급했듯,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공동체적 기반이 무너진 일상의 연속이 되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달리기만 하는 현대 사회인들은 정체성을 확립하기는커녕 감정과 공간이 결합될 시간조차 가지기 힘든 상황이 태반이다. 이에 첫 기사에서는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이 생존의 첫 단계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이제 우리는 불안에서 또다시 한 단계 나아갈 공간을 찾은 것이다. 그 공간은 우리가 기억하고, 의미를 가지는 모든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친구와 재미있게 이야기했던 기억을, 홀로 집중하여 영화를 본 기억 등을 바탕으로 나만의 장소를 마들어가면 된다. 시간을 분배하여 일과로서 해결하지 않길 바란다. 일상을 지내던 중 어느 순간, 장소를 가지게 되었다면 그 장소에서만큼은 안정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첫 기사에는 추상적인 바램을 나름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에 걱정이 되기도 하였으나, 해당 기사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다. 




조택연, 김수민. (2015).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해석한 장소애착에 관한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16(6), 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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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12 20: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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